겹겹으로 쌓이는 게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하룻밤 사이에 기온이 뚝 떨어졌다.
지난밤의 비바람으로
낙엽이 도로 위에 널려있다.
레이어드룩의 계절이라고 말해야 할까?
날씨에 따라 옷을 입지만,
단순히 추위나 더위를 피하는 정도에 머무는 게 아닌
나름의 패션 센스를 타인에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다분히 들어있다.
외양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것만큼
내면, 혹은 영혼을 가꾸는 시간이
외양을 가꾸는 하루 일과처럼
똑같이 주어졌는가? 점검한 날이다.
”영혼이란 것이
혼란스러운 명제로 전락해 버린
제사기의 철학자들이 발명한 것이 아니다.
세월이 흐르고,
더불어 사회도 진화하고 유전자도 바뀌면서,
우리의 양심은
결국 피의 색깔과 눈물의 소금기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우리의 눈은 내부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우리 눈은 우리가 입으로 부정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발췌
사람의 성품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말,
사람의 이력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말과 같은
종류의 말들은 참으로 다양하고 많이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내 마음이 상대를 해석하는 대로
상대방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서
나는 속기 쉬운 지점에 머무르기도 하는 것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무엇엔가 홀린 듯이>라는 표현이
내 삶에도 가끔 방문했었던 듯하다.
옷깃을 여미듯이 마음의 깃도 여미게 된다.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 계절이 따로 있지는 않겠지만,
왠지 요즘이 바이러스의 이동이
가장 활발해서
바이러스가 우리를 위협하는 빈도가 높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