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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감정의 분화구?

사랑하므로 미워하고 질투하고 시기하고 그리워하는

by 코코넛


화창하고 기분 좋게 쌀쌀한 바람을 즐기면서

지인과 먹고 마시고 눈요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그녀와 함께한 시간 속 대화를 곰곰이 되짚어보니,

그녀와 나눈 이야기의 가장 밑바탕에는

자녀를 향한 사랑, 남편을 향한 사랑, 주변인을 향한 사랑이었다.

그런 연유로 세계 여성 시인 선인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에서

시 하나를 옮겨본다.

나혜석, 에밀리 디킨슨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시인도 있고

오늘 내가 선택한 시인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도 다수 섞인 시집에서

굳이 <장 정심> 시인의 시를 고른 이유는

지인들과 주제가 정해지지 않은 사적인 대화를 하다 보면

언제나 <사랑>의 토대 위에서의 사건에 대한 내용이 많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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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 바젤리



"잘 정심 시인은 왜경 (일본 경찰)에 시달리면서도 굽히지 않고 창작에 정진하였다.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 고개를 숙이던 습성은

그의 얼굴에 박힌 크고 검은 기미 탓만은 아니었다.

천품이 겸손했고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 장시화“


*김남조 시인이 엮은 <수정과 장미, 1959>에서 재인용



사랑 / 장정심


사랑이 어떻던가 묻지 마세요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사랑이라 합니다

사랑의 맛이 어떨까 생각 마세요

달고 쓰다고 말할 수 없다 합니다


웃음이 사랑인가?

눈물이 사랑인가?

아무에도 묻지 마세요

슬픈지 기쁜지 뉘 알겠어요


사랑을 부르라 호령 마세요

입도 없는지 대답도 없다 합니다

사랑을 사 달라 조르지 마세요

값도 없는지 살 수도 없다 합니다


사랑은 사랑인 줄 모르고 있을

그때가 진실한 사랑이라 합니다

사랑의 경중을 달아보지 마세요

눈물과 웃음밖에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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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 바젤리



앞으로, 옆으로, 뒤로 혹은 거꾸로 보아도

미스터리한 단어 <사랑>

들뜨고 설레고 흥분하게 하는 <사랑>

상처를 받고 절망하다 분노로 이어지기도 하는 감정의 분화구 <사랑>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


나는 오늘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고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읽어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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