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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넛 Sep 19. 2024

백설 여왕

호캉스의 2일 차, 꿈이 물처럼 현실로 스며들어 무겁다.

3.


지선이의 공간을 흔들어대는 신호음이 내 귀에도 여러 번 울렸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았다. 지선이는 전화기를 먼 곳에 두고 잠들었거나 무음으로 한 후 잠들었을 수 있는 시간이다. 지선이의 일상을 고려했을 때 그녀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거나 씻거나 할 수도 있다. 오전 열 시 삼십 분, 다수의 사람에게는 점심에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할 정도로 하루를 시작한 지 이미 오래된 시간이지만  지선이에게는 이른 아침일 수 있다.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나면 연락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끊으려 했던 찰나에 지선이의 허스키하지만 애교가 음절과 음절 사이에 끼어있는 소리가 나를 붙잡았다.


"온니, 오랜만!"


지선이의 말이 귀를 통과하면서 간지러움이 느껴져서 순간 깜짝 놀랐다. 그 짧은 응답의 말, 달랑 두 단어를 이어 붙인 말에서도 화자의 감정이 청자에게 오롯이 전달될 수 있음을 처음 경험한 듯했다. 어쩌면 처음이 아니라 많이 경험했음에도 잊었던 감각의 회귀일 수 있다. 결혼 이후 태엽이 풀린 시계처럼 정확한 위치로 바늘을 움직이지 못한 채 살아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삶이었다. 사람은 문제가 발생해야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애쓴다. 그녀의 인사말에 귀가 간지럽다고 느낀 점이 기분 좋았다. 그냥 지나치기 쉬었을 단순한 그 인사가 새삼스럽고 신비로웠다.


"아직 자고 있었던 거야? 혹시 내가 불청객?"


지선의 말에서 전해진 느낌 때문에 나는 내 어투에서 지선이 역시 내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갑자기, 목소리의 톤이나 단어 선택을 신경 쓰려니 자연스러움이 사라지는 듯했다. 평소처럼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건조하고 짧은 질문이 되었다. 바보 같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애도 아니고, 대화하는 방법을 이제 막 배우는 미개인도 아닌데 왜 이런 기분일까? 감추고 싶은 게 있어서다. 복잡한 심정이 묘수를 찾느라 한 박자 느리게 인식하는 거다. 지선이가 나와 대면하기도 전에 내 감정 상태가 평소와 달리 불안한 것을 느끼는 게 뭐가 어때? 왜 들키지 않으려고 쩔쩔맬까? 만나면 어차피 다 드러날 일인데.


"아니야, 불청객 아니야 언니. 몇 시야 언니?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이젠 일어나야지, 아주 오랜만에 작가와 큐레이터 그리고 평론가들까지 모여서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다 보니 모임이 자정 넘어서까지 이어졌어. 필이 꽂히는 주제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바람에 새벽에 기어들어왔거든. 또 한 놈의 평론가새끼가 내 작품의 허술한 개념이라나? 아무튼 생각하니 다시 열받네...... 그놈의 평가에 열받아서 술도 많이 마셨고"


옹알이하는 아기처럼 잠이 덜 깬 상태로 몇 번이나 언니를 연발하다가 느닷없이 지선이는 늦잠 잔 이유를 설명했다. 지선이의 말은 변명이라고 느껴지기보다는 오십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전업주부는 모르는 이러한 자유가 있다고 전하려는 듯했다. 전업주부는 대화에 끼어들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종류의 토론으로 밤을 지새우는 자유와 고민은 자유분방한 놀이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걸 내포하는 듯했다.


아니다. 지선이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의미고 내포고 따질 상황이 아니니 솔직하게 어제의 상황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내가 자존감이 낮아져서 지선이의 일상적인 말을 오해하는 것이다. 해석하려 하지 말고 듣자. 해석하려고 하면 오해만 깊어진다. 지선이를 비롯한 미술가로 사는 친구들과 만나면 그들만이 아는 이야기로 전업주부들이 기가 죽는 일이 가끔 발생하곤 했었던 전적이 부른 오해라고 슬그머니 발뺌했다. 평소에도 나는 나도 모르게 전문가들끼리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한쪽 구석자리에서 죽은 듯이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주눅이 들곤 했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들 때마다 그들에게서 말랑한 벽을 느꼈고 지금도 전문가들의 모임이었다는 말 한마디에 내가 말랑한 벽을 느끼는 것은 자괴감이라고밖에 부를 말이 없다.


"어제 술 많이 마셨어? 넌 아직도 청춘이구나!"


그녀의 말을 예민하게 받아들인 점을 들키지 않으려고 나이브하게 넘기고 부러움이 묻어나는 어투로 응대했다. 대화가 길어지면 나는 나의 자괴감이 뾰족한 면을 세워서 상대의 약점을 찌를 수 있음을 알기에 가급적이면 통화는 빨리 끝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지선이와의 만남을 절실하게 원하는 사람은 나였다.


"아냐, 이젠 나도 조금 몸을 사리면서 마시는 중이야. 최근 들어서 부쩍 다리가 퉁퉁 붓기도 하고, 무리하게 일한 것도 아닌데 피곤하고, 아무튼 몸의 이곳저곳이 보수공사하라고 난리거든, 하하하"


엄살처럼 느껴지는 지선이의 그 말이 내 마음속에 넓게 펼쳤던 말랑말랑한 벽을 찢었다. 그래 맞아. 우리는 동년배의 여자라서 신체의 변화는 비슷하겠지. 내가 느끼는 걸 지선이도 동시에 느끼는 신체변화, 호르몬의 변화로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에 대한 공감대가 그녀를 나와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


"지선아, 나 지금 혼자 호캉스 중인데 올래? 너희 집에서 멀지 않은 강남 ㅇㅇ호텔이야"


성격의 모난 부분들을 둥글게 만들어 주는 게 세월이라면 우리 나잇대의 사람들은 모두 둥글둥글해져서 부딪치는 부분이 없어야 할 텐데, 아직도 부대끼는 게 많은 걸 보면 성격은 고칠 수 없는 부분 같다. 그녀와 만나면 오늘은 나도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고 솔직하게 대화를 하고 싶은데, 가능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서로 선택한 삶이 다르므로 다른 경험으로 채워진 시간에서의 차이를 우리가 극복하고 대화를 통해 우린 오해와 질투를 섞지 않고 서로를 공감할 수 있을까? 전업주부로 산다고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다. 틈틈이 책도 읽고 문화센터를 통해 지식의 지평도 넓히고 좋은 전시회는 모두 섭렵하므로 수준이 낮은 게 절대 아니다. 그런데 자기 견해로 사회의 변화에 일조하는 그녀들은 습관적으로 전업주부라는 이름으로 사는 우릴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죄책감도 없이 했었다.


"어머! 언니가 어떻게 혼자 호캉스? 해가 어디서 뜬 거야? 알써 언니! 빛의 속도로 달려갈게, 나 씻지 않고 가서 그곳에서 씻을 생각인데 언니 내가 그래도 괜찮지?"


목소리 톤이 한 옥타브 올라가면서 지선이는 호들갑을 떨었다. 영상 통화가 아니라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 말을 하는 순간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듯했다. 속으로 웃음이 번졌다. 시간이 거꾸로 흘러 다시 대학생이 된 듯한 기분에 잠시 그녀와 장난을 칠까 하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왔지만, 통화가 길어질까 봐서 생각에서 멈추었다. 몇 분이라도 더 빨리 그녀와 만나고 싶었다.


"편할 대로 해! 기다릴게"


전화를 끊고 지선이가 오면 어떤 말부터 꺼내야 자연스러울까 생각했다. 활발한 성격이면서 수더분한 지선이는 내가 어떤 말로 시작하더라도 개의치 않을 게 분명한데도 난 조바심이 났다. 그녀는 아직 모르지만 꿈속에서 전개된 이야기가 자꾸만 나를 휘두른다. 형사들이나 탐정들은 매일 이런 기분으로 사는 걸까? 행여라도 든든한 지원군인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 번 울리자마자 뚝 끊어졌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 남편이 회의 중이거나 클라이언트와 면담 중일 수 있다. 다시 전화하고 싶은 욕구를 떨구려고 전화기를 테이블에 놓고 방 안을 서성였다. 


바닥에 금이 간 것처럼 선명한 경계선이 보였다. 햇살이 그린 선이다. 자세히 보니 방 안에 햇살이 작업한 결과물들이 많았다.  또렷하고 진해서 마치 인테리어디자이너가 마감재를 선택할 때 재미를 위해 서로 다른 색으로 마감을 한 듯한 착각을 일으킨 바닥을 주저앉아 손가락으로 만졌다. 경계에 턱이 느껴질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무엇인가를 기대했었는지 촉감으로 다름이 느껴지지 않자 재미가 없다. 질감도 같고 느낌도 같은데 색의 밝기만 다른 바닥으로 향했던 호기심을 창쪽으로 옮겼다. 햇살이 방안 깊숙이 들어와 방안의 벽과 침대와 의자들을 날름날름 핥는 중이다. 빛의 눈길이 점령한 영지의 벽면이나 침대 위의 색은 바스러지듯이 밝고 빛이 아직 점령하지 못한 영역들은 제 형태의 그림자로 선명한 입체 속의 입체로 보였다. 


한 여자가 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 것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오버랩되어서일 듯했다. 호퍼의 그림은 또 다른 이미지를 데려왔다. The Hours라는 영화 속의 한 장면, 버지니아울프의 <델러웨이 부인> 책에 빠져있던 리처드의 엄마 로라 <줄리안 무어>는 아들과 남편의 생일 케이크를 만들다가 갑자기 집을 나와 호텔로 가던 장면으로 시작해서 로라가 <델러웨이 부인> 책을 배 위에 올려놓은 채로 침대 위에 반듯하게 누운 장면이 보였다. 뒤이어 소름이 끼칠 만큼 선명한 로라의 표정이 보인다. 그녀의 표정은 무기력했고, 천정을 응시하다 눈꺼풀이 무거운 듯이,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앉듯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녀의 상상인 것처럼 호텔방이 수조처럼 물이 차올라서 자신이 침대 위에서 누워있는 채로 물에 빠져 죽는 듯한 장면이 뒤따라왔다. 


지금 이 방의 침대에 로라가 누워있는 듯한 느낌이다. 왜일까? 로라처럼, 혹은 버지니아 울프나 댈러웨이 부인처럼 나는 일상의 권태와 무기력에 눌려있는 상태였던 것일까? 몸과 마음의 소통을 막아 놓은 채로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거부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인 내가 당연함을 위해 쌓아놓은 감정의 찌꺼기가 있었나? 흐르지 못하고 고여있는 외로움이 내 마음에 있는 것일까? 지금, 나는 위태로운가? 위태로울 만큼의 쓸쓸함이 나를 잠식한 것일까?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린 걸까? 


머릿속으로 다양한 이미지들이 중첩되면서 질문들이 밀물로 덮쳐와서 숨이 막혔다. 현실을 올곧게 볼 촉감에 의지하고 싶어서 다시 물을 마셨다. 삶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생경한 아침이다. 이성이 마비되고 감정만이 흐느적거리면서 미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정신 차리자! 더 이상 빨려 들어가서는 안돼! 지선이가 오기 전에 평소의 나로 회귀해야 해! 현재 벌어지는 감정 상태는 자의적인 게 아니야. 나는 외부의 압력으로 무너지고 싶지 않아. 주문을 물과 함께 마셨다. 주문은 물에 녹아 효력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숨어있던 이성을 호출했다.


남편이 선물을 주었던 때로 필름을 되감았다. 54번째로 맞이 한 내 생일날, 꽃다발과 함께 강남 한복판에 있는 호텔 숙박권을 선물로 주었던 남편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다시 봤다. 남편은 빛을 등지고 있어서 표정이 그림자 속으로 숨었으므로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엉뚱하고 독특한 남편의 생일 선물을 받아 든 행복에 잠긴 듯, 황홀경에 빠진 듯, 발갛게 볼이 물들었고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과 설레는 감정을 오롯이 드러나는 내 표정만 선명했다.  지인들의 호캉스 경험담, 호캉스 이야기가 거론될 때마다 한 번쯤 경험하고 싶다고 꿈꾸면서도 꿈에 머물렀었던 이유가 딸이 없어서라고 남편에게 말했었던 것 같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딸과 호캉스를 즐긴 친구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나도 모르게 부러움을 비추면서였을 것이다. 남편은 호텔 숙박권을 주면서 친한 친구들을 불러서 함께 즐기라는 덕담도 했다. 


남편의 조언대로 처음엔 친구를 부를 생각도 했지만, 혼자 호텔에 있는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느끼고 싶었다. 도심 속 낮선방에서 혼자라는 자유, 자유를 꿈꾸었던 이벤트의 첫날밤에 꾼 불길한 꿈, 예지몽처럼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꿈이 뒤숭숭한 아침으로 이끌기 전까지는 완벽한 시간이었다. 뜻밖의 선물은 원래 뜻의 밖에 머물던 사연들을 뜻 안으로 초대하는 것일까. 기대하지 않았던 남편의 선물처럼 기대하지 않은 존재가 허락도 없이 내 안으로 훅 들어왔다. 외면하고 살았던 부분들이 그녀와 함께 한꺼번에 밀려들기도 했다. 일종의 의문과 같은 형태로 왔다가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 중에 나를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가 있나? 아니 내가 가족만큼 사랑하고 아끼는 친구가 있나? 질문으로 이어졌다. 당혹스러웠다. 자유라는 것은 이런 것이었을까? 무한으로 이어지는 질문들로 채우는 시간? 


결국 나는 지선이를 이곳으로 불렀다. 자유는 이제 자유가 아닌 지옥과 비슷한 상태로 바뀌었다. 너무 많은 질문과 궁금증이 목을 죄어왔다. 그때 조용한 방에 갑자기 진동과 함께 우렁차게 벨이 울렸다. 천천히 전화기를 들었다. 아들로부터의 전화다.


"어, 아들! 잘 잤어?"


아들의 전화를 확인한 순간부터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남편의 목소리보다 아들의 목소리가 더 평점심을 되찾게 하는 벨이었다. 아직 아들의 목소리는 듣지도 못했는데 신기하게도 불안이 일시에 사라졌고 두려움, 외로움, 갈등과 같은 불온한 생각들도 흐릿해지다 자취를 감추었다.

  

"엄마는 어땠어요? 호캉스가 재밌어요?"


허니문베이비인 아들은 태어나서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는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아들이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부터 아들과 나 사이에 서로 모르는 일들이 쌓이고 비밀처럼 되어버린 일도 많았지만 나를 지탱하게 해 준 소중한 존재다. 남편에게 의지하는 것과는 종류가 다른 의지였고 기쁨과 불안과 같은 감정들을 일깨워주는 존재다. 


"지금 자유부인이 된 엄마를 기념하기 위해서 꽃다발을 보내드리려고 꽃가게에 왔는데,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 이름이 뭐였지? 엄마 혹시 다른 것 갖고 싶은 것이 있나요?"


아들이 전화로 이런 질문을 할 만큼 나에 대한 배려와 센스를 잃어버렸다는 점이 아쉬웠다. 내가 좋아하는 꽃도 잊어버리다니.


"글쎄, 꽃도 좋지만, 꽃은 사라지니 목걸이 같은 게 오랫동안 지닐 수 있어서 목걸이가 더 좋아"


심통이 났다. 엄마에게 두었던 관심을 거두어들인 아들에게 나는 이참에 아들의 안목을 테스트한 후 그것을 빌미로 대화를 좀 더 이어가고 싶었다.


"알았어요 엄마. 호텔로 보내드릴게요. 엄마의 마음에 쏙 드는 목걸이로 보낼게요. 엄마 행복한 시간 되시고요"


엄마에 대한 예의만 챙기는 아들처럼 군더더기 없는 아주 짧은 통화를 끝으로 전화를 끊으려는 아들이 서운했지만 애써 밝은 목소리로 아들과의 전화 통화를 마무리했다.


"알았어 아들, 너도 즐거운 하루!"


아들이 숨겨놓은 세계가 커질수록 나와 아들이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아들은 다른 여자의 남자라고 사람들이 말해주었다. 아들이 성인이 되면 아들을 향했던 관심을 줄여야 좋다는 말일 듯했고 아들과의 사이가 달라지는 게 당연한 일인 걸 알면서도 서운한 감정은 왜 생길까. 엄마와 아들의 사이는 아들에게로 향한 엄마의 일방적인 짝사랑이라는 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정말로 나는 아직도 아들의 머리 위를 감싸주는 모자, 챙이 큰 모자가 되어 아들을 보호하는데 모든 정성을 쏟는다. 그러나 주기만 하는 사랑은 없는 것인지, 아들과의 짧은 통화는 복잡한 마음을 치료하는 페니실린이었다. 


"온니, 나 지금 호텔 로비 통과했어 곧 올라갈 테니 잠시 후에 봐!"


지선이의 문자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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