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배추 앞에서의 서성임에서 출발한 생각의 경로
일주일에 한 번 마트에서 먹거리를 사는 습관으로
굳이 살 게 없는데도 주말이면 꼭 마트엘 간다.
그러므로 물가의 변동을 알게 되는데,
불과 1주일 전 2만 2천 원이었던 배추 한 포기 가격이
6천8백 원이라 표기된 것을 보고 놀랐다.
싱싱하고 실한 배추를 보고 그 앞에서 몇 번을 맴돌았다.
지금 사면 이득이라는 속삭임 때문이다.
방금 밭에서 뽑아 온 듯이 신선해 보였고,
가격 옆에 한 사람당 3 포기 이상 살 수 없다는
제한 문구까지 더해진 <광고효과> 것이
구매욕을 부추겼다.
그렇지만, 현재 내 식생활 습관이나 냉장고의 현황 등 다양한 이유로
선택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갈등의 원인을 되짚다가
단순하게 가격이 싸다는 이유가 아닌
배추가 아주 싱싱해 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다수의 사람은
먹거리를 사러 마트에 갔을 때 <신선한> 제품을 선택한다.
먹거리에서 신선함을
디자인이나 예술에서 보면
<창의적> 혹은 <창발적>에 해당하지 않을까?
이렇게 신선함이 예술로 넘어와 생각이 확장하면서
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을 떠올렸고
그가 <레디 메이드>라는
미술계의 새로운 장르?를 제시했을 때의 생각이 <신선했다> 따라와
오늘 저녁을 풍성하게 했다.
프랑스 출신인 뒤샹은 1917년 개최된 독립전시회에
소변기를 출품하면서 작품 제목을 <샘 Fountain>이라 붙였다.
그 전시는 미국에서 개최된 최대 규모의 전시회였다.
그 당시 뒤샹의 생각을 밝힌 글이 있어서 옮겨본다.
”미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예술가가 아니라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이다.
무릇 예술가란 속세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기가 아니라면 아무 소용없는 심상을 표현해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현대미술이 취해야 할 방향은 그 시기 이전인 19세기부터,
<인상주의부터로 보는 평론가가 많음> 이미 진행되었으나
뒤샹의 행보는 미술계 인사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작가들의 사고에 영향을 주었다.
창발적 사고, 창의적인 생각은 신선하다는 의미이고
신선한 매력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현대미술의 다양한 <주의>나 <이즘>은
작가들의 그러한 사고에서 출발한 연구와 행동으로 만들어졌다.
예술 영역에서 속편이나 2, 3, 4 같이 후속작을 만드는 장르는 영화다.
영화를 애정하는 일인으로 그러한 후속작의 탄생을
나는 선호하지 않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처음 선보인 원작보다 2탄이나 후속작들이
더 좋았던 경험을 한 적이 없는 결과로 한 말이다.
이전에도 원작에 열광했고 속편들에 실망했었던 경험이 많았는데,
가장 최근의 경험은 <인사이드 아웃>이었다.
<인사이드 아웃>에 열광했고,
뒤이어 나온 <인사이드 아웃 2>에서 김이 빠졌다.
물론, 첫 경험이 좋았으므로
그다음에 이어지는 영화도 좋을 것이라는 기대가
실망을 부추겼을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속편 제작이나 2탄 3탄으로 나오는 영화들은
제작 방식과 이야기 전개나 결말까지 보기도 전에 상상이 되어서
신선함을 상실했기 때문일 수 있다.
채소의 신선함이 어쩌다 창의적인 사고로 뛰고
다시 뒤샹의 생각까지 이어졌는지 잘 모르겠다.
어떤 요소에서 점화가 이뤄지면 다른 영역까지 확장이 잘 되는
정신의 소유자라서 그럴까?
기온이 내려가면서 낮의 길이도 많이 짧아졌다.
생각이 다른 영역으로 번져서 활활 타오르는 동안에
창밖은 이미 어두워졌다.
배추에서 영화로 생각이 튀었으니
오늘 밤엔 영화 한 편을 시청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