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공원에서의 기원과 성수동에서의 바람
봄과 가을의 휴일엔 결혼식이 많다.
오늘도 역시 친구 딸의 결혼식이 있었고,
결혼식에 가서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했다.
결혼식 진행 방식도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서
비슷한 듯 매번 다른 느낌의 결혼식을 본다.
오늘의 사회는 여자였다.
여자가 사회를 보는 결혼식은 처음이었다.
또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기 전에
신랑 부모의 입장과 신부 부모의 입장식이 진행된 점도 새롭고 좋았다.
이렇게 변화를 주는 김에
신부 부모를 먼저 입장하게 했다면 금상첨화겠다는
아쉬움은 살짝 있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송찬호 시인의 <반달곰이 사는 법>이란 시가 떠올랐었다.
예식의 진행에서 시적인 부분이 느껴져서였을까?
신부의 어렸을 때의 얼굴이 떠올라서였을까?
함께했던 여행지에서의 일화가 생각 나서였을까?
결혼식이 있던 빌딩에서 나와 하늘을 보니
이 지구에 있는 모든 구름이 몰려온 듯 하늘이 온통 뭉게구름이었다.
역시 오늘의 신랑 신부는
자연까지 모두 축복의 행렬에 참석했으니
재밌고 즐겁고 건강하게 잘 살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까지 추가되어 즐거웠다.
반달곰이 사는 법
지리산 뱀사골에 가면 제승대 옆 등산로에서 간이 휴게소를 운영하는 신혼의 젊은 반달곰 부부가 있다. 휴게소는 도토리묵과 부침개와 간단한 차와 음료를 파는데, 차에는 솔내음차, 바위꽃차, 산각시나비팔랑임차, 뭉개구름피어오름차 등이 있다. 그중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것은 맑은바람차이다.
부부는 낮에는 음식을 팔고 저녁이면 하늘의 별을 닦거나 등성을 밝히는 꽃등의 심지에 기름을 붓고 등산객들이 헝클어놓은 길을 풀어내 다독여주곤 한다.
그런데, 반달곰 씨의 가슴에는 큼직한 상처가 있다. 밀렵꾼들의 총에 맞아 가슴의 반달 한쪽이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일전에 반달보호협회에서도 찾아왔다. 그대들, 곰은 이미 사라져 갈 운명이니 그 가슴의 반달이나 떼어 보호하는 게 어떤가 하고.
돌아서 쓸쓸히 웃다가도 반달곰 씨는 아내를 보자 금세 얼굴이 환해진다. 산열매를 닮아 익을 대로 익은 아내의 눈망울이 까맣다. 머지않아 아기곰이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도 우리는 하늘을 아장아장 걷는 낮에 나온 반달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험한 산비탈 오르내리며 요즘 반달곰 씨는 등산 안내까지 겸하고 있다. 오늘은 뭐 그리 신이 나는지 새벽부터 부산하다 우당탕 퉁탕...... 어이쿠 길 비켜라, 저기 바위택시 굴러온다
송찬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에서 발췌
결혼식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건물 밖에서 지인들과 서로의 안녕을 기원한 후
아주 신속하게 성수동으로 향했다.
<브런치 작가의 여정>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부터 시작하는 팝업스토어에 가기에 제일 좋은 날이었다.
준비 위원들이 아기자기하게 작가 탄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곳곳에 배치했으므로 재미있었다.
분위기가 너무 젊어서 순간 내가 이물질처럼 느껴진 점만 빼고는 모두 좋았다.
그곳에서의 득템은,
입구에서 바로 사진을 찍어 학생증처럼
브런치 작가증을 만들어 준 것이다.
카드지갑에 끼워두었다.
엉뚱 발랄한 기운과 열정으로 엮은 책들이
보물처럼 보인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정말 진화는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내 보폭으로 따라잡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발 옮길 때마다
그렇다면 내 보폭으로 가기 좋은 길을 찾아서
내 속도로 가면 된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고등학교 때 난 <동화의 길>이라 이름 붙인 길을 만들었었다.
여정이 제법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코스였는데,
후배 두 명이 그 길을 좋아해서 함께 가곤 했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네이버라는 플랫폼에,
닮은 듯 다른 색의 글을 쓰는 동무들이 있어서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이
시간이 흐를수록 훨씬 수월하게 걷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