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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넛 Oct 13. 2024

다중적인 시점이 보여준 풍경

핸드폰의 카메라와 눈과 문의 유리가 모두 서로를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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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성에 있는 국가들은 태생부터 관념적이다. 


그들의 언어와 언어로부터 파생된 것들 (종교, 문학, 형이상학)은 


관념론을 전제로 하고 있다. 


틀뢴사람들에게 세상이란 


공간 속에 물체들이 뒤섞인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세상은 독립적인 행위들로 이루어진 이질적인 연속물이다. 


그것은 연속적이고 시간적이지만 공간적이지는 않다. 


오늘날 틀뢴의 언어들과 방언들이 유래하는 


가상의 우르슈프라헤(본래의 언어)에는 명사가 없고, 


부사적 기능을 가진 단음절의 접미사(또는 접두사)에 의해 수식된 


비인칭 동사들만 존재한다. 


예를 들자면 <달>이라는 단어에 해당하는 그 어떤 명사도 없지만, 


<달뜨다> 혹은 <달비추다>라는 동사가 있다. 


<강 위로 달이 떠올랐다>라는 말은 <흘뢰르 우 팡 아샤샤샤스 틀뢰>이다. 


이 말을 우리 어순에 따라 바꾸면 <위쪽으로 뒤로 계속 흐르는 달떴다>가 된다. 


솔라르는 간결하게 <위쪽으로 흘러가는 뒤로 달떴다>라고 옮긴다.



<중략>



명사는 형용사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 


그들은 <달>이라고 말하는 대신 <어두운 -둥그런 위의 대기 -밝은>, 


혹은 <주황빛의  -부드러운 하늘의>, 


아니면 또 다른 일련의 형용사들로 달을 지칭한다. 


이러한 경우, 형용사들의 복합체는 실제 사물에 해당하지만, 


그런 현상은 완전히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픽션들에서 발췌




활자를


뒤집고 부시고 떼어내고 흐트러트린 후


자의적으로,


혹은 새로운 의도에 부합하게 재구성했던


<해체주의>가 


고정관념을 다스리는 방식을 떠올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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