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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세상은 내편 Mar 08. 2020

다시, 회사에 들어가다 1부

내가 퇴사했던 이유

'부장님 저 판교 갈 일 있는데, 점심 같이 해요.'

'오! 과장님, 잘 지내고 있죠?'

'저야 뭐 여유 부리며 이래저래 바쁘죠."

'안 그래도 그룹장님이 개발자 필요하다고 과장님 뭐하냐 묻길래 바쁘다고 했지~.'

'저 곧 취직해요.'

'엥?'


 나는 7개월 전까지 프리랜서 개발자였다.

2년 여간 했던 프로젝트에서 나오기 전 개발자라는 직업을 지속할지 고민을 했다. 프로젝트를 돌며 적응하는 것은 이력이 났지만 쌓이는 연차만큼 과연 내 기술력은 괜찮은가? 또는 더 공부해서 고급인력으로 점프할 의욕은 있는지 나에게 묻고 또 물었다. 늘어나는 연차만큼 나에게 요구하는 일들이 부담스러워지고 있었다.

 사실 공부하면 되겠지만 그 당시 나는 다른 곳에서 굉장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회사를 다니며 공저지만 책을 쓰고 모임을 주관해 보면서 내가 주체가 되어 기획하는 일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었다. 그러자 회사라는 곳이 갑갑하게만 느껴졌다. 물론 회사에서 일할 때도 능동적으로 일하긴 했지만 제한된 테두리 안에서 능동이었다.


 모든 것이 맞물려 있었다.

 늦게 들어온 개발자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내 위에 군림하려 들어 나를 힘들게 했다. 나는 내가 만드는 서비스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작 직원들은 그저 직원 마인드인 것에 실망을 했다.

거기에 반해 회사 외 하는 일에서 오는 즐거움이 컸고, 마침 책이 출간된 시기라 홍보에 여유롭게 참여하고 싶었다. 또, 쉬는 시간을 가지며 돈 버는 다른 방향을 생각해보고 싶었다. 예를 들어 스마트 스토어를 시도해 보며 간을 보고 싶었던 거다.


 같이 일하던 워킹맘 부장님과 친했는데, 나는 바깥의 즐거운 일 때문에 생기가 가득했고 그것을 좋게 봐주셨다.그래서 마지막으로 일했던 프로젝트에서 나오면서 다시 이 쪽 일을 안 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나왔다. 부장님의 '엥?' 이란 반응이 나온 이유다.


  7개월 동안 정말 잘 놀았다. (지금 스스로 놀았다는 표현을 쓰지만 남편이 나에게 스치듯이 논다고 말했때는 욱했음을 고백한다. 마냥 논 게 아니라 성장과 다른 길을 위한 연결을 찾는 시기였기에 논다는 표현은 억울하다.)

 평일 낮에 작은 도서관 북 토크 자리에도 설 수 있었고, 소모임 참여 및 진행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나깨순(내가 운영자인 나를 깨우는 순간 글쓰기 프로젝트)을 재정비하고 기억에 남을만한 3기와 함께 했다.

 회사 마치고 늘 해가 질 때 갔던 아뜰리에를 가을을 만끽하며 낮에 가서, 햇살을 느끼며 그림을 그렸다.

 집 앞 도서관에 자주 들락거렸다.

낮에 하는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낮에 여유롭게 만날 수 있었다.

 아이가 아플 때 고민 없이 어린이집에 안 보낼 수 있었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 아이와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해 떠 있을 때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자유롭게 활보하고 다닌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줬다.


 7개월 동안 단 하루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

 운동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에서도 일하기도 하고 카페에서 일하기도 했다.

 팟캐스트를 구상했고 진행하고 있다.

 동네에 항상 함께하는 자연을 만끽하며 보냈다.


그런데 나는 왜 다시 일을 하기로 결심했을까?

요즘 디지털 노마드, 1인 기업, 퇴사가 유행이라는데 나는 다시 회사에 들어갔다.


-  2부에서 이어집니다 -


퇴사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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