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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세상은 내편 Mar 11. 2020

다시, 회사에 들어가다 2부

내가 다시 회사에 들어간 이유

'이선임 님 잘 지내시죠?

저번에 회사에서 개발자 구한다고 하셨는데 저 관심 있어요.'

'그래요? 이력서 작성해서 보내볼래요?'

10년도 더 전에 처음 서울에 와서 다녔던 직장 선배에게 카톡으로 구직활동을 했다.


 전에 일했던 회사나 동료에게 연락이 오기도 했는데, 익숙한 곳에 다시 가는 것보다 이왕 일할 거면 나한테 도전이 될만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회사 사정을 충분히 알고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구직사이트를 통해 알아보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입사를 위한 이력서를 다시 쓰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주 오랜만에 이력서를 마주하고 앉아 이름부터 기본 정보를 적고 경력기술서를 적기 위해 예전 기록도 컴퓨터에서 찾아냈다. 덕분에 경력기술서에 쌓인 내 흔적들이 버리기 아까운 경력이라는 생각을 하며 , 이력서에 적지 않은 경력(책, SNS 활동, 팟캐스트, 모임, 그림, 서평단 활동)과 시너지를 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잠시 상상했다.


 7개월 자유인으로 내 의지대로 즐겁게 살았다.

 그 종지부를 찍게 된 가장 큰 이유, 어쩌면 단 하나일지 모르는 이유는 돈이었다. 매달 들어오는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놓지 않아 나는 다시 9-6 일터로 돌아가게 되었다.


 남편과 나의 수입은 비등했고, 내가 일을 그만두는 순간 수입의 반쪽이 사라졌다. 집을 구입하며 원리금으로 갚아가는 금액부터 고정비가 상당해서 남편 수입으로는 매달 마이너스였고, 나름 아껴가며 가지고 있던 돈을 야금야금 쓰며 살았다. 내가 일을 그만두고 다섯 달 내에는 온라인 스토어로 수입을 만들 줄 알았다. 남편도 와이프를 '계획이 있는 여자'라고 생각하기에 믿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나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유를 대려면 참 많고 많지만 배가 덜 고파서라고 해두겠다. (이 부분은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

 그랬다. 나는 돈 되는 일은 만들지 못했고, 매일 나름의 계획을 세워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했다.


 1인 기업을 하려면 각종 SNS를 통해 브랜딩을 잘해야 한다며 브랜딩에 대한 책과 강의가 넘쳐난다.  오만일지 모르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내 삶이 브랜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깨순 모임, SNS 활동, 팟캐스트 등 즐거운 나의 딴짓이 돈과 연결되면 재미가 떨어지고 머리가 굳어 버렸다. 돈을 받고 일을 하게 되면 프로다. 돈을 받아서 더 잘하기 위해 시간과 공을 들이니 빨리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면서 그 안에서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나만의 것을 찾는 과정에 있다. 순수한 재미 속에서 내가 끌리고 더 성장시키고 싶은 부분을 발견해서 키우는 게 3년 목표다. 남편 말대로 나는 계획 있는 여자니까.


 결론은 재미있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 마르지 않는 돈이 필요해서 나는 다시 회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금 선배가 다니는 회사에 입사해서 일주일이 지났다. 업무 적응을 위해 시간을 들여 공부도 해야해서 잠시 여유로움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지금은 적응기간이라 완벽한 멀티 페르소나로 살고 있다. 직장인이로서 나와 직장인이 아닌 나를 분리시켰다. 일에 익숙해지고 내 위치에서 자리를 잘 잡고 나면 myselves 에서  me로 바꿀 것이다.




다음 글은 7개월 자유인으로 살 때 얻은 것을 주제로 이어갑니다.


이력서 쓰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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