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 영어 회화 도전기
살다 보면 영어가 절실한 순간들이 있다.
해외여행지 입국 심사대 앞에서 겪는 긴장감부터 시작해서, 그저 여행을 왔을 뿐인데 머릿속으론 질문과 대답을 상상하면서 기다리곤 한다. '나는 당신네 나라에 여행 왔고 잠시 있다 갈 거예요!' 당당한 마음과는 달리, 막상 직원을 대면하면 괜히 움츠러든다. 들려오는 영어 질문에 "나는 당당히 대답한다!"가 아니라 짧은 단어 몇 개 겨우 뱉어내고 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늘 드는 생각, '다음엔... 꼭... 영어를 공부해서 당당하게 말하리라!'
하지만 즐거운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그 당시 절실했던 기억은 어디로 가는 건지 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
외국인이 길을 물어보는 드라마 같은 일은 나에게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다 미국에 사는 조카가 한국을 방문하면, 함께 온 조카 친구들과 만날 기회가 생긴다. 한국의 맛있는 음식을 소개해 주며 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쉬운 단어조차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때의 그 민망함이란! 그 순간 또다시 다짐한다. '다음에 만날 때는 간단한 대화라도 할 수 있게 영어 공부 꼭 해야지.'
이렇게 N 년이 흘렀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평생 미뤄둔 숙제를 드디어 끝내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운 좋게도 지인을 통해 필리핀 영어 선생님을 소개받았는데, 원하는 시간에 화상 영어 수업을 할 수 있다니 부담 없이 시작하기 좋을 것 같았다.
첫날, 선생님과 화면을 통해 얼굴을 마주한 반가움도 잠시, 내 입은 꾹 닫힌 채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선생님의 쉬운 질문도 무슨 뜻인지 멍해졌고, 대답은 더더욱 할 수 없었다. 채팅으로 문자를 보내 다시 질문하면 그제야 "아하!" 하고 웃음이 터져 나올 만큼 간단한 질문들이었다. 외국인과 대면해서 대화하는 데 이렇게 큰 용기가 필요할 줄이야. 한 시간 정도 되는 수업 시간 내내 얼마나 집중해서 귀를 열고 있었는지, 수업 후에는 (과장을 좀 섞어) 탈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 번째 수업 전에는 미리 그날 공부할 내용을 예습했다. 이렇게 하면 조금 나아질까 싶어 수업을 시작했지만, 선생님과 화상으로 만나니 여전히 두려움이 앞서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친절한 선생님 덕분에 간신히 몇 마디를 할 수 있었지만, 속으로 되뇌었다. '내가 과연 영어 회화를 할 수 있을까?'
어느덧 일곱 번째 수업이었다. 더듬더듬 틀린 문장이었지만, 조금씩 말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다. 선생님은 나의 틀린 부분을 고쳐주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다듬어 주셨다. 내가 사용하는 단어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좀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도 알려주셨다. 조금씩 재미있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영어 팟캐스트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유튜브에 '영어 공부 팟캐스트'를 검색하니 수준별로 다양한 팟캐스트들이 있어다. 느리게 읽고 따라 말하는 오디오부터, 조금 더 유창하게 말하는 오디오까지 하루 종일 틀어놓고 따라 말하고 있다.
이제 조금씩 들리는 것 같았다. 한 달 남짓 7회 수업을 진행하고, 유튜브 팟캐스트를 계속 틀어놓고 따라 말하다 보니 귀가 5%는 열리는 기분이다. 이대로 쭉 계속되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성공하고 말 거야! 영어 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