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리소스'인 리더

“구성원의 일에서 리더는 언제 등장하는가?”

by 도영진

리더는 마지막에 등장하는 사람인가?


"이 팀은 파트너들이 무서운가 봐요. 클라이언트와 먼저 옵션들을 정해놓고, 마지막에 어떤 게 좋을지를 파트너에게 물어보네요."


BCG 팀장으로 일하던 시절, 한 클라이언트가 무심코 던진 말이었다.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우리가 '파트너'를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파트너는 방향성을 먼저 잡아주고 함께 일하는 리소스여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결재선상의 마지막 관문'으로 여기고 있었다.


우리 팀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요즘 팀원들이 자꾸 결과만 가져와요."

"왜 중간에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까?"

"내가 다 관여해야 일이 돌아가네..."


리더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말이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이 리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더는 모든 걸 판단하고 통제하는 컨트롤타워인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게이트키퍼인가?

아니면 내 일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전략적 리소스인가?


리더의 '등장 타이밍'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구성원의 일에서 리더가 언제, 어떻게 등장하는지 생각해 보자.

성과를 위해 꼭 필요한 도움을 받고자 리더를 찾는가?

결과물이 나온 뒤, 보고를 위해 소환되는가?


이 타이밍 하나가 리더십의 실체를 보여준다. 구성원은 리더를 '활용 가능한 리소스'로 보고 있지 않을 때, 대개 가장 마지막에 리더를 찾는다.


리더를 리소스로 보는 팀 분위기


그들은 이렇게 일한다:

기획 초기부터 리더를 끌어들여 방향을 잡는다.

중요한 순간마다 인풋을 요청한다.

리더의 시야, 네트워크, 정치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이런 팀에서는 구성원은 리더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그 의도가 리더의 생각과 틀리다고 해도) 본인에게 불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자신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가산점을 준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


최근 나를 가장 먼저 찾아온 구성원은 누구였는가?

그때 나는, 그의 리소스였는가? 아니면 허가권자였는가?




리더십은 권한의 크기로 결정되지 않는다.

리더십은 구성원이 당신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느냐로 결정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성장의 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