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가는대로 Mar 08. 2024

사순 제4주일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제 물건이 참 많이 있습니다. 때로는 필요한 것 이상으로 가지고 있어서, 정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제 물건 중에는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대가를 지불하고 가져온 것도 있고, 제 정성과 시간이 지불하고 만들어낸 것도 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은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제 정성과 시간이 들어간 만큼 그냥 소유한 물건들과는 다가오는 느낌이 다릅니다. 또 제가 만든 것이 아니더라도 그 물건에 제 시간과 마음과 추억이 더해지면, 제가 만든 물건만큼 소중해집니다. 세상이 말하는 가치와는 다르게, 다른 사람에게는 별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자신에게만 소중한 물건이 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사람에게 시간과 정성이 더해지면,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 됩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평범한 사람을 만나, 시간과 정성을 쏟고, 마음을 다해서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내는 관계가 친구이고, 연인입니다. 여기에 미래에도 시간과 정성을 계속 쏟겠다고 약속을 하고, 부부가 됩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사랑의 선물인 아이가 들어옵니다. 배우자와 아이만큼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 됩니다. 심지어 자신의 일부라고 느끼기도 합니다. 제게도 아내와 두 아이가 그렇습니다. 다른 곳에 시간과 마음을 쓰고 있어도, 다른 공간에 있어도 문득 생각이 나고, 혼자 미소를 짓기도 하고, 때로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게 하는 존재입니다. 왜 내 마음을 몰라주지 하며 답답해하다가도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에 온 세상을 얻은 것 같은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말과 행동이 따라가지 못하기도 하지만, 마음만은 항상 좋은 것을 더 해주고 싶습니다.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어깨를 내어주고, 손을 내밀면 손을 잡아주고, 즐거워하면 같이 뛰어주고, 행복할 때는 그 행복을 맘껏 누리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 에페소서 2, 10


오늘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의 시간과 정성이 가득 들어간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선행을 하도록 창조되었다고 하십니다. 왜 그토록 우리를 사랑하시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하느님의 창조물이지만, 인간만큼은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시간과 정성을 그리고 기대까지 담으셨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하고 계십니다. 에덴동산을 떠날 때도,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할 때도, 바빌론 유배 시절에도, 하느님을 잊고 죄 중에 있을 때도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며, 다시 하느님 곁으로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외아드님을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보내신 것도 우리가 하느님께 다시 돌아오기를 원하시는 간절한 바람의 표현이 아닐까요?  


우리는 누군가에 무엇을 줄 때는 상대방이 받을 것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무엇을 받을 때는 선택해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선택해서 받아야만, 고유한 한 사람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아이에게 몸에 좋은 음식을 잘 차려 주어도, 음식을 골라 먹는 것은 아이의 몫인 것처럼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것을 먹어봐라는 말도 하지 않게 되고, 아이가 원하는 음식을 중심으로 식탁을 차리기도 합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골고루 먹어야 건강한데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상의 강요를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과 우리 사이도 그렇지 않을까요? 다양한 은총과 선물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모두 다 정말 귀한 선물입니다. 그러나 받는 우리는 우리가 판단해서 받고 싶은 것만 받고, 심지어 받고 싶은 것이 없다고 투덜대기도 합니다.


선행을 하도록 창조되고, 하느님의 구원의 선물을 받은 나를 돌아봅니다. 하느님의 작품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이전 15화 사순 제3주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