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고가 기억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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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합격 통지서를 받고 몇 달 후, 나는 충주 중앙경찰학교로 향했다. 경찰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신임교육 과정이었다. 몇 개월간의 교육을 마쳐야만 비로소 전국 각지의 경찰서로 발령을 받을 수 있었다.

교육 기간 동안 우리는 앞으로 자신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채로 기다려야 했다. 그 불확실함 속에서 신임경찰들 사이에는 암묵적으로 형성된 기피 근무지 순위가 있었다. 신고건수가 많고 치안 상황이 복잡한 곳일수록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런 정보들은 선배들을 통해 전해 내려오거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들이었다.

발령 결과가 나왔을 때, 내가 배정받은 곳은 그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도시였다.

동기들이 "너 정말 거기 가는 거야?"라며 보내는 시선에는 동정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 그들의 반응을 보며 나 역시 앞날에 대한 막막함을 느꼈다. 소문으로만 들어온 그 도시에 대한 이미지는 결코 긍정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가서 근무를 시작해 보니 예상과는 상당히 달랐다. 같은 도시라고 해서 모든 지구대와 파출소가 똑같이 바쁜 것은 아니었다. 어떤 곳에서는 무전기가 하루 종일 끊임없이 울려대는데,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곳은 하루 종일 조용하기만 했다. 같은 행정구역 안에서도 업무량의 차이는 극명했다.

내가 배치받은 파출소는 다행히 후자에 속했다. 그 유명한 도시의 파출소치고는 의외로 평온한 곳이었다. 소문은 일부 사실만을 반영할 뿐이었다.

근무는 3교대로 돌아갔다. 주간-주간-주간-야간-비번-야간-비번의 패턴이었다. 신임이라 특별한 업무는 주어지지 않았고,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배우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정해진 패턴에 따라 움직이는 삶이 시작된 것이다.

이상한 것은 첫 출동 신고가 무엇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이라 정신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 후 워낙 비슷한 신고들이 반복되어 묻혀버린 것인지 알 수 없다. 분명 처음에는 가슴이 두근거렸을 텐데, 그런 순간이 기억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대신 기억에 남는 것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활동이었다. 초등학교 등교시간에 나가서 아이들의 통학을 도와주는 일이었다. 아침 일찍 학교 앞에 서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너도록 돕고, 인사를 나누는 활동이었다.

이 활동은 의외로 만족스러웠다. 아이들에게 경찰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하며 밝게 인사하는 아이들, "진짜 경찰이에요?"라며 신기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일의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명감 없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런 순간들이 작은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 활동이 우리 지방청에서만 시행하는 지방청장의 쇼맨쉽이었던 것이다. 다른 지역에는 이런 활동 자체가 없었다. 언론에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성 활동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진정성 있게 받아들였던 활동이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니.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시작이 쇼맨쉽이었다 해도 아이들과 나눈 인사와 미소는 가짜가 아니었다. 진정성과 형식성은 때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발령 전 실습을 갔던 곳에서는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 신고 출동을 나가면 활동 사항을 사진으로 찍어서 내부 커뮤니티에 올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서장의 지시사항이었다.

바쁜 현장에서 사진까지 찍어야 하는 상황은 혼란스러웠다. 시민을 도우러 간 것인지,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제대로 활동했는지 의심받는 분위기였다. 실질적인 업무보다 업무를 했다는 '증거'가 더 중요해지는 역설적 상황이었다.

실제로 시민을 얼마나 잘 도왔는지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사진 몇 장 올렸는지는 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까. 겉으로는 시민을 위한 봉사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상급자를 위한 보고서 작성에 더 신경 쓰는 현실이었다.

경찰이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홍보용이 아니라 자기 방어용으로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억울한 민원이나 과도한 요구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증거 수집 말이다.

첫 출동이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 진정성과 쇼맨쉽이 뒤섞인 업무들. 이런 사소한 경험들을 통해 경찰 조직의 복잡한 면들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