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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st in Translation Aug 06. 2016

페미니스트란 이런 겁니다

버락 오바마, 2016년 8월 4일, 글래머

원문 : Glamour Exclusive - President Barack Obama Says, "This Is What a Feminist Looks Like"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무수히 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특혜를 지니기도 합니다. 미국 전역에서 정말로 뛰어난 사람들을 만나고, 미국인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수행했습니다. 아, 에어포스 원 전용기 탑승도 있네요.


하지만 대통령직이라는 제 직업이 주는 특혜 가운데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실로 위대했던 것 하나는 바로 직장(store) 위에서 살았다는 겁니다. 저의 삶을 돌이켜 보면, 수많은 세월을 기나긴 통근시간으로 소비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저는 시카고에 살았지만, 주지사 시절에는 일리노이 주의 스프링필드까지, 상원의원 시절에는 저 멀리 워싱턴까지 출근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제가 되고 싶었던 남편과 아버지의 모습을 실제로 이루기까지 수많은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지난 7년 6개월 동안, 제 통근시간은 45초로 줄어들었습니다. 거실에서 집무실로 걸어가는 시간이 바로 45초입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제 딸들이 영리하고 유머를 간직하면서도 친절하며 훌륭한 젊은 숙녀로 성장하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의 딸들이 정든 집(nest)을 떠날 채비를 준비하는 광경을 목격하는 것도 마음이 아프겠죠. 그래도 딸들과의 이별을 그나마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요소 한 가지는, 지금 이 시기가 여성들에게 매우 특별하다는 겁니다. 지난 100년 동안, 아니면 50년 동안, 혹은 최근 8년 동안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우리가 이룩한 발전을 토대로 제 딸들은 할머니 세대가 겪었던 삶보다 눈에 띌 정도로 나아졌습니다. 저는 지금 미국 대통령이 아닌, 한 명의 페미니스트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제 생애를 통틀어서, 과거에는 소수의 저임금 일자리에만 여성들이 진출 가능했지만, 지금은 스포츠에서 우주로,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대법원까지 모든 일자리에 반을 차지하며 남성들을 이끄는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성들이 신체, 교육, 경력, 재정 등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선택 내리기 위해서 자유를 추구하고 사회적 투쟁을 했던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신용카드를 얻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남성과 결혼을 해야 했던 시기는 이제 지나갔습니다. 사실상, 여느 때보다도 수많은 여성들이 기혼이나 미혼 상관없이 경제적으로 독립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간 이룩했던 발전을 애써 의미 축소해서는 안 됩니다. 의미 축소를 할 시 사회정의를 위한 투쟁에 인생을 헌신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미국 및 전 세계에 여성들과 어린 소녀들의 장래를 개선시킬 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저 역시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equal pay for equal work), 여성들의 임신 및 출산 관련 권리(reproductive rights) 보호 등을 위시한 좋은 정책들을 계속해서 개발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변화는 법을 통과시키는 것과 별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가장 어려운 변화로 바꿔 말해도 됩니다. 우리 스스로를 바꿔나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취지를 가지고 지난 6월에 있었던 전미미국여성총회 백악관 초청 회담(White House Summit on the United State of Women)에서 오랜 시간 동안 연설을 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그간 수많은 것을 이룩했지만, 그럼에도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이중 구조의 틀 속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저만의 여성 영웅들 가운데 한 명은 바로 셜리 치좀(Shirley Chisholm) 의원입니다. 그녀는 흑인 여성으로서 최초로 다수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의사가 아이를 보며 '딸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여성들에게 감성적, 성적, 심리적 고정관념이 시작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고정관념이 여성들의 어린 시절에 스스로를 평가하는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어린 소녀들은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관습대로 따라 하지 않거나, 여성성을 필요로 하는 외모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경우에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가치가 줄어든다고 믿습니다. 기실,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은 성별, 성적 정체성, 그리고 성적 지향을 비롯해서 우리 모두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칩니다.


제 삶에서 대단히 중요했던 사람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들이었습니다. 저는 자신의 경력 대부분을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권리 향상에 올인한 한 싱글맘으로부터 성장했습니다. 저는 엄마와 함께 손자 양육에 참여한 할머니께서 은행에서 일을 하며 사회적 위치를 차근차근 올라가던 도중에, 유리천장이라는 개념 하나 때문에 끝에 가서 결국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모습도 지켜봤습니다. 저는 제 부인인 미쉘이 외부 업무와 집안 살림을 같이 하면서 요구되는 여러 사항들 가운데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나가는지를 바라봤습니다. 수많은 워킹맘들이 염려하듯이, 직장과 집안일을 균형적으로 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남성에게는 그다지 잣대를 들이지 않지만, 여성에게는 마음대로 잣대를 들이대면서 비판할까 봐 저도 염려했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제 딸들이 매우 어렸을 때, 법대 교수로 일을 하던 시절에, 그리고 상원의원으로 법안을 제정하는 일을 하던 시절에, 너무나 바쁜 나머지 집을 종종 비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을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집안일을 도왔던 시기는 저만의 일정을 맞춰서 편안한 시간에 했던 것을 유추할 수가 있습니다. 불공평하게, 그리고 불균형하게 미쉘만이 모든 짐을 떠안아야 했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일화 때문에 저는 여성들만이 겪는 여러 어려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저의 페미니즘 사상에 토대가 되었습니다. 만약 당신이 어린 두 딸의 아버지라면, 이 사회에 만연된 성별 고정관념이 크나큰 힘을 발휘한다는 점도 깨달을 겁니다. 문화 영역에 침투해 있는, 눈에 띌 정도로 매우 확연하거나, 아주 미묘하게 스며든 고정관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겁니다. 어린 여성들에게 외모와 행동, 심지어 행동까지 특정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고정관념은 제가 어렸을 때 남자인 저의 자의식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아빠 없이 성장한 저였기에, 제가 과연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사회가 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남성이 되고 싶은지를 두고 깊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사회가 남성성을 다루는 모든 메시지들을 쉽게 흡수한 다음 남자로서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이른바 터프가이나 쿨한 남성은 이래야 된다는 저의 생각이 그리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남성을 향한 정형화된 생각은 저의 어린 시절의 치기와 낮은 자존감의 산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단순히 저만의 모습대로 살아가자 인생은 보다 편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제약들을 돌파해나가야 합니다. 딸에게는 얌전하게 행동을 하라고 요구하거나 아들에게는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내세워야 한다는 요구를 스스로 철회해야 합니다. 딸들이 주장을 당당하게 내세우거나 아들이 눈물을 흘릴 때마다 야단을 치는 자세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여성들이 섹스에 대해서 활발하게 얘기를 할 때는 면박을 주지만, 남성들이 섹스에 대해서 활발하게 얘기를 할 때면 보상을 주는 경향을 고쳐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여성들이 길을 걷고 있을 때나 온라인에서 발언을 대담하게 할 때에 일상적으로 그들을 괴롭히는 경향을 그대로 수용하려는 자세를 고쳐야 합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그에 따른 성공이 마치 남성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속설을 배설하는 태도도 수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기저귀를 갈아주는 남성을, 살림을 하려는 전업남편을 낙인찍어 욕을 하거나, 열심히 일을 하는 여성들에게 벌을 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직장에서 당당하게 경쟁을 하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야망을 높게 가지는 주체가 여성이 아닌 남성일 때만 가치가 있다는 경향을 완전히 뒤집어야 합니다. 만약에 그 주체가 여성이라면, 그녀는 우두머리 행세를 하려는 사람으로 전락하게 되고, 당신이 성공하려면 꼭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갑자기 당신의 경력을 발목 잡는 것으로 변질됩니다.


우리는 유색인종의 여성과 소녀들에게 상대적으로 잔혹한 기준을 적용하는 자세를 개혁해야 합니다. 미쉘은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말을 했었습니다.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거둔 그녀이지만 외모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계속 신경을 쓰면서 자신의 언행이 너무나 강한 것인지, 아니면 매우 화가 나 있는 것인지를 두고 끊임없이 염려를 했습니다.


부모로서 자식들이 이러한 제약을 뛰어넘도록 도와주는 일환의 하나로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부는 두 명의 어린 딸들이 이중잣대를 목격하거나, 아니면 성별과 인종 때문에 불공평한 평가를 받을 때마다 당당하게 맞서서 주장을 펼치라고 교육시켰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그런 상황에 놓였을 때도 마찬가지로 행동하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앞으로 저희 딸들이 선택해서 정진할 분야에서 이미 제일 높은 위치까지 또 다른 여성 롤모델들의 존재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빠가 페미니스트인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딸들은 지금 모든 남성들로부터 이런 자세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성차별에 맞서 저항하는 것은 남성의 의무라는 점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남편으로서, 동반자로서, 그리고 남자 친구로서 우리는 동등한 남녀관계를 위한 끊임없는 고민과 더불어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좋은 소식은 미국 전역을 비롯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성에 따른 역할에 대한 과거의 그릇된 근거를 추방하려는 사람들이 첨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교 내 성폭력 사건 근절을 위한 [It's On Us] 캠페인에 동참한 젊은 남성들부터 미국 최초로 특전부대의 상사로 진급한 여성 군인들, 그리고 저의 글을 지금 읽고 있는 독자들까지, 여러분들의 세대는 과거의 사고방식에 허우적거리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서, 여러분들은 성적 정체성에 관한 고질적인 고정관념이 남성, 여성, 동성애자, 이성애자, 트랜스젠더나 그 누구에게도 그리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 봅니다. 성적 고정관념은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고유한 존재로 탈바꿈되는 과정을 방해합니다.


올해 가을에 우리는 역사적인 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미국 건국 이후 240년 만에, 그리고 미국 여성이 투표권을 공식적으로 얻은 이후 약 100년 만에 다수당 대통령 후보가 여성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정치적 성향이 어떻든지 간에 이것은 실로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이것은 평등이라는 아주 길고 긴 여정에서 미국 여성이 얼마나 진보했는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예시가 될 것입니다.


저는 우리의 모든 아들들과 딸들이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그것을 앞으로 계승할 유산이라고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저는 우리의 모든 아들들과 딸들이 미국은 남자들(Benjamins)만의 나라였던 적이 없었고, 여자들(Tubmans)만의 나라였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매우 어린 아동들이 볼 때 여성도 자신의 여력과 방식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국가라고 믿을 수 있도록 우리의 모든 아들들과 딸들이 함께 협력을 했으면 합니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모두가 자유로워집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의 페미니즘입니다.


Barack Obama is the forty-four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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