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코 카쿠타니, 2017년 1월 26일, 뉴욕타임스
원문: Why '1984' Is a 2017 Must-Read
출간된 지 거의 70년이 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나타나는 디스토피아는 작금의 미국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빅브라더(Big Brother)라고 불리는 국가 정보기관이 길거리에서 시민들이 나누는 대화를 몰래 듣고, 집안에서의 얘기까지 감청한다. (아마존의 알렉사, 안녕?) [1984]의 주된 세상은 연일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해서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와 분노가 극에 다다른다. 국가가 상영하는 공익영화를 보면 해상에서 떼죽음을 당하는 수많은 난민들이 등장한다. 또한 정부는 매번 실제로 나타나는 상황을 "객관적이지 않고 내부적인 색채가 강하며 본질적이지도 않다"라고 주장한다. 오직 "정부를 이끄는 하나의 정당(the party)이 사실이라고 하면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영국 작가인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지난주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로 갑자기 등극했다. 백악관 대변인인 션 스파이서(Sean Spicer)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인파가 사상 최대라고 하면서 미 언론의 보도를 비판하자, 미국 언론 매체들은 곧바로 그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비판했고, 논란이 불거지자 백악관의 정책 자문관인 켈라인 콘웨이(Kellyanne Conway)가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라는 개념을 끄집어내며 스파이서를 보호한 이후로 [1984]의 판매량이 극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백악관의 언행은 [1984]에서 정부 부서인 진실부(the Ministry of Truth)의 주요 정책인 "실제 상황을 조종"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조지 오웰은 빅브라더와 정부를 조종하는 정당에 대해서 "실제상황의 존재론적 가치는 기득권자들의 철학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었다. 이단의 이단은 상식이기 때문"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사실이 어떻든지 간에 "빅브라더는 전지전능"하고, "그 정당은 결코 틀리지 않는다."
[1984]의 주인공이자 우리의 영웅인 윈스턴 스미스(Winston Smith)는 그 정당이 "우리의 눈과 귀로 보고 듣는 모든 증거들을 깡그리 무시"하도록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설 초반부터 스미스는 진실과 명백한 것을 수호하기로 맹세한다. "이 세계는 견고하게 존재하고 있다. 법칙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돌들은 단단하고, 물은 뭐든지 적신다. 그리고 받침대를 받치지 않은 모든 물체는 지구 중심으로 낙하한다." 그는 자유를 이렇게 묘사한다. "그것은 '2+2=4'라는 사실을 말할 수 있는 자유다." 비록 그 정당이 "2+2=5"라고 강요해도 말이다. 이것은 마치 션 스파이서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참여 인원수가 미국 역사상 최대라고 계속 주장하려는 모습과 비슷하다. 그의 말은 거짓이라고 나타내는 자료와 위성 촬영 사진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조지 오웰은 [1984]에서 오세아니아(Oceania)의 디스토피아적 끔찍한 상황을 설명한다. 정부가 모든 실제상황을 연출하고 판단 내리는 오세아니아에서 주민들의 삶은 쓰레기 같은 선정적인 기사로 인해 기득권의 프로파간다를 그대로 수용한다. ("스포츠, 범죄, 그리고 점성술 말고는 다른 분야의 기사는 거의 없다.") 섹스만 나오는 대중영화가 수도 없이 상영되므로 정치와 역사를 제대로 공부할 수가 없다. 진실부는 언론 보도와 출간되는 책들을 검열한다. 이로써 진실과 시간은 모호해진다. 과거는 찬란했던 시대였고, 그래서 그 정당은 기운을 계속 이어받아서 오세아니아를 더욱 위대하게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는 프로파간다가 매번 나타난다. (정부의 주장을 반대하는 증거는 역시 깡그리 무시된다. 사회 분위기는 엄숙하고 알맞은 의복과 식량은 언제나 적게 공급되는 상황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아주 당연하게도, [1984]는 "사실 이후(post-truth)" 세대에 살고 있는 현대의 불안한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간다. 온라인에서는 페이크 뉴스와 오보가 늘어난다. 서방세계의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러시아는 수많은 프로파간다들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사람들 가운데서 민주적인 절차를 심각하게 회의하는 성향이 나타난다. 지역 조직과 종교단체에서 보이는 극도로 위험한 긴장감은 우파 선동정치가들로 인해 더욱 확산된다. 이런 상황이 나타나자 언론인들은 함께 모여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이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거짓말과 그릇된 정보를 취합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측과 국가 정보기관 사이에서 미세하게나 노출된 허위 사실을 알리고, 수백만명의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서 미국인들의 일반 선거가 위협을 받는다는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기까지 했다.
조지 오웰은 1944년부터 40년 후의 미래상을 홀로 상상했다. 그는 히틀러와 스탈린을 가지고 글을 쓴 바 있는데, "감정적 국가주의로부터 촉발된 공포와 객관적 진실을 호도하는 경향은 전지전능한 몇몇 독재자들의 예언과 글에 딱 들어맞는다."
그로부터 몇십 년 후,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오웰의 [1984]는 미국의 닉슨 정권이 베트남에서 벌인 전쟁을 다루는 자세와 흡사하다는 이유로 재평가받았다. 특히 워터게이트에 대해서 그때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론 지글러(Ron Ziegler)가 스캔들이 불거진 시기 초반에 공식적으로 구사한 신언어(모호하고 기만으로 가득 찬 표현들)는 [1984]과 묘하게 겹치기까지 한다.
1944년에 쓴 한 서한에서 오웰은 특유의 선견지명을 보여준다. 그는 "보편적으로 수용 가능한 우리 시대의 고유한 역사 같은 것은 없고, 군사적 행동의 필요성이 사람들 사이에서 커지면 과학이라는 단어는 곧바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썼다. 또한 [1984]에서는 과학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고법, 다시 말해서 지난 세기의 모든 과학적 성과는 그 정당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과 대척점을 지닌다."
과학의 소외를 강조한 [1984]는 트럼프 정권이 환경보호기관 소속 연구자들이 출간한 논문과 자료를 면밀히 조사하고 앞으로의 용역을 일시적으로 중지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로 분노감을 표출한 일련의 과학자들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또한 환경과 관련된 여러 정부 조직들에서 나오는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정부의 노력을 미화하는 정부 주도의 미디어 통제가 전체주의적으로 중앙 집권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유사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폴리티코(Politico)가 폭로했듯이, 트럼프 정권은 그간 민주적인 가치를 전 세계에 널리 퍼뜨린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ice of America)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집어넣으려고 한다.
물론, 이렇게 새로이 전개된 모든 국면은 꾸준하면서도 정국을 휘몰아치는 뉴스거리와 그에 따른 부정과 반박으로 계속 부각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양상은 조지 오웰에게 있어 그리 놀랍지 않은데,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사회상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이미 인식했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저서인 [전체주의의 기원, The Origins of Totalitarianism]도 지난주 아마존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들었다. 이 책은 [1984]가 출간된 지 2년 후인 1951년에 공개되었다. [1984]의 논픽션격 작품인 [전체주의의 기원]은 방대한 분량의 철학 서적으로써, 히틀러와 스탈린의 부상,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가능케 한 유럽 대륙의 시대적 사회상을 면밀히 분석했다. 대중의 서사를 중앙집권적으로 행사하는 권력일수록 역사의 바통을 이어받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민중을 더욱 압박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권력이 쓰는 수단은 희생양(scapegoat)을 내세우거나, 혹은 쉬운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아니면 민족주의적으로 화합을 이끌어내는 서사를 탄생시킨다. 서사에 거짓이 가득하다면 기득권자들은 더욱 편해질 테고, 자신들의 목표에 내재된 실제상황을 날마다 재정의함으로써 권력을 공고하게 이어받는다.
절망적인 미래가 확실할 거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가인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가 일찍이 지적했듯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끝에 가서 파악되고 마는 진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조지 오웰의 헌신은 휴머니즘의 끈질긴 노력이나 다를 바 없으며 압제와 거짓에 어떻게든 저항할 수 있는, 인간이 지니는 작으면서도 환원 불가능한 핵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