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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미 May 01. 2017

벚꽃을 보았나요?

[대만 생활 일반]대만의 자연

꽃이 왜 나무에 있어요?


한 몽골 학생의 질문이었다. 당시 그 여학생은 1급(초급)이었고,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그 사이 한국에서 봄을 맞이한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정말 궁금하고 신기해서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내게 물었다.


“선생님, 한국에 꽃이 왜 나무에 있어요? 몽골에서 꽃이 다 여기(바닥을 가리키며) 있어요.”


개나리  진달래  철쭉  목련  벚꽃

(너무 보고 싶은 꽃들을 쭉, 써 봤습니다...) 


이 모든 꽃들이 왜 큰 나무 꼭대기에 달라붙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꽃나무니까 나무에 꽃이 있지. 

왜 있냐고? 

그러고 보니, 나는 나무에 꽃이 달린 것에 대해 한 번도 신기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건 원래부터 그랬으니까.




가끔 학생들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 할 때가 있다. 학생들의 언어적 능력이라기보다는 나에게는 질문거리가 아닌 일들을 물어오기 때문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들은 의심을 하지 않으니까. 

그 동안 나의 말문을 잠시나마 막히게 했던 질문은 아래와 같았다.


 “목욕탕에서 혼자만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60대 할아버지의 질문이라 잠시 당황했다. 남탕에 가본 적이 없으니. 아하, 때를 밀어주시는 분이구나, 남탕과 여탕이 같구나, 나도 그제서야 알았다.)
“한국 여자들은 왜 흰 바지나 흰 치마를 자주 입어요?”
(정말이지 그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요? 난 몰랐어요, 라고답해 주었다.)
“한국에 왜 대머리가 많아요? 아… 매운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래요.”
(이 자문자답 형식의 글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어 보였으나, 매운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라면 이런 상상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그 몽골 학생과 똑같은 질문을 했다.

“대만에는 벚꽃이 없어요?”

“아니에요, 있어요.”

학생들은 내게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어디?”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수근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옥산(玉山)이나 양명산(陽明山) 같이 아주 높은 산에 가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높은 산들은 하루나 이틀 날을 잡아 가 줘야 하는 거리에 있다. 

결론은, 벚꽃은 봄날에 으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꽃은 아니라는 말이다. 


벚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대만 친구들도 많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라는 말이 나올 뻔했는데,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인 것이다. 마치 내가 “한국에서 구아바를 본 적이 없었지.”라는 말에 “정말?”이라는 이곳 친구들의 반응을 생각해 보면 피차일반이지. 


 너무나도 당연히 곁에 있어준 내 주위의 무언가 혹은 누군가가.

 전혀 당연한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을 때

 향수병이 온다.

 그래서 왔다

 그것이 오고야 말았다. 


대만에도 꽃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봄철에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이 여기엔 없다. 

그래서 여기의 봄은 내겐 봄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현재 기온은 29도이다.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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