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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미 Aug 16. 2017

[ASIA]대만문학의 현주소

[대만 생활 일반]대만의 웹소설, 문학으로 본 대만 문화


계간 문예지 [ASIA] 2017년 봄호에 글을 싣게 되었습니다.

200자 원고지 23매를 쓰는 작업에 주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먼저, 잡지 성격에 맞게 문체를 수정해 주시고 올바르지 않았던 표기음을 바로 잡아 주신 대만 전문가 최창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중국어로 검색하는 능력이 달렸던 선생님을 위해 많은 학생들도 애써 주었습니다.

도상화, 주자이, 풍균정, 강숙운, 종원용, 신몽제

이 학생들은 선생님이 부탁한 자료를 찾아 주었고, 중국어로 된 자료를 보며 헤매는 선생님을 위해 차근차근 설명도 해 주었죠. 


도와준 많은 분들의 노고를 지면에 싣지 못 했지만,  [브런치]를 통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1. 문외한이었던 대만 문학에 대해 스스로 깊이 있게 공부해 보고,

2. 대만 친구들과 함께 한 가지 주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며,

3. 중국어로 된 자료를 더듬더듬 읽어 가며 중국어와 대만 실정에 대한 이해를 높였지요.


 "아시아 통신"에 글을 실을 수 있게 도와 주신 계간 문예지 [ASIA]의 관계자 분들 덕분에 

여러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몇 해 전이었다.

인생계획표에 없던 대만으로 가게 되었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에 대해 막막해 하던 내게 지인이 영화 한 편을 추천해 주었다. “영화를 보면 대만의 모습이 어느 정도 그려지지않겠냐?”는 말에 주저함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복도에 서서 도시락을 먹는 학생들, 결혼식장에서 남성들 간의 진한 입 맞춤…몇몇 상황들이 낯설었지만 이내 영화 속으로 빠져들었다. 대만 생활이 그려져서가 아니었다. 공감할 수 있어서였다. 심술궂은 선생들의 호통, 입시 스트레스에 짓눌려 몸부림치는 수험이 등장했다. 많은 장면이 오래 전 나의 학창생활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쩜 이렇게 우리랑 똑같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방인인 나도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영화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那些年,我們一起追的女孩, You are the apple of my eye)>다. 한국 개봉 때 ‘대만판 <건축학개론>’으로 불렸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첫사랑과 학창시절의 추억이라는 키워드로 관람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주바다오(九把刀)는 영화의 원작자 겸 감독이다. 그는 시쳇말로 ‘대만의 대세 작가’다. “좋아하는 소설가는 누구인가?”는 질문에 다수 대만 젊은이들은 “주바다오요”라고 답한다. 그의 작품은 잘 팔린다. 장르도 다양하다. 판타지, 무협, 로맨스, 공포, 장르를 넘나든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스크린으로도 옮겨져 관객들을 끌어 모았다. 그의 작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문장이 간명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장르도 다양하여 선택의폭도 넓다. 특히 젊은이들은 그에게 열광한다. 


주바다오는 다작(多作)•속필(速筆) 작가로도 잘 알려졌다. 14개월 동안 쉬지 않고 매달 신간을 출간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는 오늘날 대만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이런 그는 엄밀히 말하자면 인터넷 작가다. 

대만에서도 웹소설이 단연 인기다. ‘스낵 컬쳐(snack culture)’로도 불리는 웹소설이 인기인 이유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선 작가에게는 작품 발표가 쉬운 장점이 있다. 독자들로서는 자신이 선호하는 장르를 쉽고 편리하게 찾을 수 있다. 종류도 다양하여 선택 폭도 넓다. 작품 자체가 지닌 매력도 간과할수 없다. 웹소설은 분량이 많지 않아 ‘활자와 친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무료 서비스가 대부분이라 경제적 부담도 없다. 이는 한국 전문가들이 꼽는 웹소설의 장점과 대동소이하다. 한국에서도 웹소설의 장점으로 대개 다음을 꼽는다. 작품 생산과 유통이 빨라 짧은 시간에 즐길 수 있다. 기성 출판물이 주지 못 했던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를 열어준다. 무엇보다 단문(短文), 대화체 위주로 쓰여진 웹소설은 읽기 편하다(한국일보 2017년 2월 23일자). 




한국과 비슷한 이유로 대만에서 웹소설은 꾸준히 출판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성공한 작품은 속속 출판되고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성인 한 달 평균 독서량 1.7권인 대만의 현실을 감안할 때 대만 출판계도 웹소설의 영향력과 장래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대만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알 수있다. 


박객래(博客來, http://www.books.com.tw/)는 대만 최고 인터넷 서점이다. 여기서는 매년 분야별 ‘베스트셀러10’을 발표한다. 소설부문은 경소설(輕小説),중국어 소설(華語小説), 번역소설(翻譯小説) 등으로 구분한다. 


2014년, 2015년, 2016년 박객래가 꼽은 경소설•중국어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중에서는 단연 인터넷 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주바다오와천우(晨羽), 링징(苓菁), 텅징수(藤井樹)가 이들이다. 주 장르는 로맨스 소설이다. 그중 텅징수의 <육농카페관(六弄咖啡館)>은 주오바다오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와 비슷한 내용과 분위기의 작품이다. 한국에서 <카페 6>라는 제목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텅징수는 대만 인기 사이트(https://www.ptt.cc/index.html)가 주 무대다. 이곳에서 그는 댓글로써 독자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인지도도 높이고 인기도 얻었다. 독자들의 호응이 보장 되면, 해당 작가의 작품은 오프라인 출판은 물론 드라마화와 영화화로 이어진다. 이도 한국과 비슷하다. 웹소설이 드라마나 영화로 재탄생 했을 때의 부가가치, 효용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한몫 한다. 역으로 대만에서 인기있는 한국 웹소설의 영향력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오늘날 대만에서 가장 핫한 한국 배우는 박보검이다. 

주연 출연한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덕을 단단히 봤다. 드라마 히트 후 그는 텔레비전 뉴스와 광고에 등장했다. 그를 캐릭터로 한 SNS용 스티커에도 만들어졌다. 박보검의 대만 팬 미팅 입장권은 순식간에 동났다. 그가 모델로 출연한 대만 모 신용카드 회사는 매출액이 수직상승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도 원작은 웹소설이다. 인기 웹소설이 제대로 된 드라마로 재 탄생했을 때, 효용가치와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실증한 대표적인 사례다. 한류 열풍 속에서 외국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한국에서보다 훨씬 높았던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오늘날, 웹소설의 중요성과 효용성을 등한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웹소설이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문학을 대하는 대만인들, 특히 젊은이들의 문학에 대한 인식과 관련 있다. 대만에서는 소설 작품을 발표하면 자동적으로 소설가가 된다. 독자들도 소설가 대우를 한다. 기본적으로 대만에서 ‘소설가’라는 타이틀은 권위자가 내린 직함이 아니다. 독자들이 창작자의 작품을 읽고 판단하는 것에 가깝다. 물론 대만에도 권위 있는 문학상은 존재한다. 국가문예상(國家文藝獎),  대만문학상(台灣文學獎), 연합보문학대상(聯合報文學大獎)등 15개 정도 꼽을 수 있다. (https://goo.gl/f7nZ6b)


 권위 있는 문학상 수상자는 비수상자들에 비해 작품 출간이 수월한것은 사실이다. 다만 오늘날 대만에서는 권위 있는 문학상을 통해 데뷔한 작가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를 재미있게 잘 쓰는 사람들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어떤 경로로 작가가 되었는지 구별이나 차별은 없다. 작가이름 앞에 ‘순수’, ‘인터넷’, ‘○○ 문학상 수상’ 등의 수식어는 붙지 않는다. 오로지 작품 만으로 평가 받는다. 때문에   “좋아하는 소설가가 누구입니까?” 라는 질문에 대만 사람들은 주바다오 같은 인터넷 작가의 이름을 댈 수도, 우탄루(吳淡如, 대표작은 종치, 부재면강자기(從此,不再勉強自己)), 롱잉타이(龍應台, 대표작은 목송(目送)),  잔정(簡媜, 본명은 잔민정(簡敏媜). 대표작은 수문(水問)) 같은 ‘국민 작가’ 반열에 오른 이들의 이름을 댈 수도 있다.


박객래가 꼽은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장르 구분 없이 순수 판매 실적으로 ‘베스트 10’에 진입한 것이다. 물론 순수 문학을 쓰는 젊은 작가들의 약진도 눈에 띤다. 베스트셀러 작가 중에서 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작가로는 후셴(護玄, 대표작은 특수전설(特殊傳說)), 위워(御我, 대표작은 1/2왕자(1/2王子)), 수이취안(水泉, 대표작은 펑동조(風動鳴))이 있다. 특히 수이취안은 열여섯 살이었던 2004년 저명 문학상을 수상하여‘소년등과’ 후 지금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세 작가들의 작품 중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모두 판타지 소설이라는 점이다.


웹소설의주류 장르는 로맨스물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동성애코드’다. 문학작품이나 영화의 경우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도, 스토리 속에 동성애 관련 장면이나 암시가 등장하고는 한다. 주바다오의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等一個人咖啡)>도 학창시절 추억을 소환한 영화다. 작품에도 동성애자가 등장한다. 다른 예도 많다. 대만을 대표하는 작가 주톈원(朱天文)은 남성 동성애를 소재로 한 <황인수기>를 발표했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되었다(김태성 옮김, 아시아펴냄).주톈원은 이 작품을 1994년에 썼다. 다만 보수적인 대만사회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 때문에 작품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듣기까지는 5년 남짓의 시간이 걸렸다고 작가는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583854.html).


2017년, 오늘날 대만은 달라졌다. 적어도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러하다. 일상에서 동성애 커플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커플들 또한 굳이 이를 숨기지 않는다. 대학 캠퍼스 내에도 동성커플은 적지 않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서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동성 커플들을 강의실에서 어렵지 않게볼 수 있다. 자기소개를 할 때 ‘자신은 동성애자’임을 당당히 밝히는 학생도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는 법과 제도의 변화도 이끌어 냈다. 

현재 대만최고법원에서는 ‘ 동성결혼법 위헌여부’ 심리가 진행 중이다. 만약 대만최고법원이 동성결혼 금지 관련 법안을 위헌 판결하면, 대만은 아시아 최초 동성결혼합법국가가 될 것이다(뉴시스 2017년 3월 24일자). 2017년 5월 24일, 대만 사법원(헌법재판소)이 동성간 결혼을 금지한 민법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아시아 최초로 대만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차이잉원(蔡英文) 현 대만 총통도 성소수자 합법결혼을 지지해 왔다. 이처럼 대만인들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대만도 유교 사상의 영향이 짙은 동아시아 국가다. 다만 연령, 성별, 지위 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은 한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동성애 문제는 대표적 예다. 대만인들의 태도는 문학을 구분하는 잣대나 바라보는 시각, 문학이 담는 내용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의 시각이 담긴 작품에서독자가 의미 있는 작가 혹은 그의 작품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문학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볼 수 있지 않을까? 이는 문학을 대하는 대만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자, 그들과 일상을 보내는 내가 서서히 받아들인 문학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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