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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미 May 13. 2020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황인숙 시 원문 &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패러디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인숙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가시덤불 속을 누벼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세떼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 후다닥 달아나겠지.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툭 건드려

놀래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 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쫓아

넓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연필로 글을 한 번 써 보고 싶어서 이면지에 써 봤습니다.

황인숙의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는 

아이와 집에서 같이 읽으며 "사뿐사뿐", "살금살금", "후다닥", "폴짝폴짝", "아하하하" 하면서 놀았고,

수업에서 학생들과 같이 읽으며 패러디 시도 써 봤지요.

나를 조용히 신나게 해 주는 글입니다.


<참고>

매일 제 브런치를 방문해 주시는 분 중에 검색어를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패"로 들어오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 독자분을 위해 따로 준비했습니다.


https://brunch.co.kr/@youngmicholaf5/78


https://brunch.co.kr/@youngmicholaf5/83



출처: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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