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영미 May 20. 2020

부부의 세계

[이럴 땐, 이런 책]함민복 시인의 부부




부부

         詩.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 함민복, <말랑말랑한 힘> , 문학세계사(2012)



우리가 들고 가는 긴 상이

들 만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고인돌 같이 길고 무거운 상을 들어야 하거나

작은 밥상도 짓눌릴 듯한 무게로 느껴 주저앉을 뻔했던 우리는,

긴 상을 들고 좁은 문을 지나고 또 지나간다
 
 저 위에 써 놓은 시를 다시 읽어 보다가

긴 상이 있다, 를 “진상이 있다”로 봤다.

일생에 한번 줄까 말까 한 감동을, 주고받기도 전에 와장창 깨버리는 일

그것 또한 우리가 만난 "부부의 세계" 속 한 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마음을 알아주는 그 사람,

우리는 그 사람과 살고 있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랍니다.



이런 행사가 있습니다. <내 마음 속의 시 한 편>은 함민복 시인의 "부부"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스트 브라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