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이런 책]함민복 시인의 부부
詩.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 함민복, <말랑말랑한 힘> , 문학세계사(2012)
우리가 들고 가는 긴 상이
들 만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고인돌 같이 길고 무거운 상을 들어야 하거나
작은 밥상도 짓눌릴 듯한 무게로 느껴 주저앉을 뻔했던 우리는,
긴 상을 들고 좁은 문을 지나고 또 지나간다
저 위에 써 놓은 시를 다시 읽어 보다가
긴 상이 있다, 를 “진상이 있다”로 봤다.
일생에 한번 줄까 말까 한 감동을, 주고받기도 전에 와장창 깨버리는 일
그것 또한 우리가 만난 "부부의 세계" 속 한 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마음을 알아주는 그 사람,
우리는 그 사람과 살고 있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랍니다.
이런 행사가 있습니다. <내 마음 속의 시 한 편>은 함민복 시인의 "부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