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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미 May 25. 2020

사랑의 물리학

[조선생의 한국어 교실]내 마음 속의 그 사람

오늘 쓰기 수업에서는 김인육의 시 <사랑의 물리학>을 배웠다. ‘하늘거리는’ ,’아찔한’ ,’사정없이’와 같이 학생들 수준에서 어려운 어휘나 표현들이 있어서 이 시를 사용해도 될까, 하고 망설이긴 했지만 그 고민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 시의 중국어 번역본은 인터넷을 들어가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고, 만에 하나 번역본이 없더라도 학생들이 이 시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드라마 <도깨비> 덕분이다. 


대만에서의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이미 언급한 바 있다(이전 포스팅 “왜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가?” 참고). 드라마 <도깨비>는 대만 내 방송된 역대 한국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자랑한다. 대만 내 한국 드라마의 시청률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 도깨비, 2위 궁, 3위 꽃보다 남자, 4위 커피프린스, 5위 내 이름은 김삼순, 등등.


자료 출처: https://star.ettoday.net/news/985437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시의 내용뿐만 아니라, 이 시가 어느 드라마의 어떤 장면에 노출되었는지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김인육의 시 <사랑의 물리학>은 다음과 같다. 



이 시를 배운 뒤, <내 마음 속의 그 사람>이라는 주제로 쓰기 활동을 했다. 


무대에서 반짝거리는 그 사람, 박지민

체크무늬 티셔츠가 잘 어울리는 그 사람, 전정국

부끄러울 때 귀가 빨개지는 사람, 김석진

자도(?) 섹시한 사람은 바로, 슈가

내 마음 속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 김태형


우리 반은 ‘아미의 가오슝 지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BTS 멤버가 수업 시간에 한번도 거론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4년 동안 내내 그랬다. 그러나 오늘 수업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40 명의 학생들이 꼽은 <내 마음 속의 그 사람> 중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이는 BTS 멤버들이 아니었다. 슈퍼주니어와 인피니트의 인기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이유도 한몫 했으리라는 예상도 뒤엎었다. 이들이 선정한 <내 마음 속의 그 사람>은 바로 엄마였다. 


우리가 배운 시의 주제는 ‘첫사랑’이었고, 시적 화자는 “쿵, 소리”와 함께 맘속 진자운동을 했다는데” 그 대상이 어머니라니, 나는 적잖이 놀랐다. 그러나 학생들이 쓴 글을 읽고 이내 그들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무조건 나를 감싸주는 사람 /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 자꾸만 생각나는 그 사람은 바로… 어머니


내게 힘을 주시는 사람 / 자꾸만 생각나는 그 사람은 바로 어머니이다. / 아버지와 이혼한 후에 혼자 살고 있다. 어머니가 힘들지만 저와 형을 만나기 위해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우리 집 근처에 살고 계신다. 이렇게 항상 우리 옆에서 지켜 주시는 어머니를 아낀다. 어머니께서 인생의 시간을 희생하고 저희를 예뻐하셨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제 마음 속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다.


계속 잡고 싶은 따뜻하고 두툼한 엄마의 손. 안타깝게도 그 잠깐 잡았던 손을 지금은 내 곁에 없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때 암 때문에 내 곁에 떠나셨다. 엄마와 함께 본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기억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도 내가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된 거 같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어떤 것을 대해서도 항상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엄마가 자랑스러운 할 수 있는 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학생들의 글을 읽을 때 예상하지 못한 포인트에서 놀라곤 한다. 그것은 바로 솔직함이었다. 마음 속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표현할 줄 아는 이들의 능력을 발견해낸다. 동시에 이들의 글 속에서 어머니들의 위력을 보았다. 아이들 마음 속에 양반다리로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을 수 있는 힘 말이다. 




거리에서 솜사탕을 팔며 자식 뒷바라지에 애쓰던 홀어머니였다고 했다. 뇌경색으로 응급실에 실려와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그 날의 벌이가 든 전대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움켜쥐었다고 했다. 주치의는 환자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단다. “본능이 너무도 강력한 나머지 뇌경색마저 이긴 것일까” (<솜사탕과 어머니>, 남궁인, “제법 안온한 날들” 중)


엄마의 강력한 본능은 아이를 끌어당겼다. 아이도 엄마에게 끌린다. 끌고 끌리는 운동의 법칙은 우리가 마주하게 된 진짜 ‘첫사랑’이 아니었는지.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기에” 체구가 작더라도, 적은 돈을 허리춤에 차고 있어도, 엄마는 “하늘에서 땅까지 (오가는) 아찔한” 힘을 발휘한다. 그리하여 성인이 된 아이들은, 이혼 후 차마 아이들 곁을 떠나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줄도 알고, 지금은 하늘에 있는 ‘따뜻하고 두툼한 엄마의 손’을 기억해 내기도 한다.


그들의 어머니는 솔직하고 성실하고 사랑에 꾸밈이 없었다.

자녀들 또한 그 어머니를 닮으며 커갔다. 

제 마음 속에 엄마가 있다는 건, 삶의 위기가 왔을 때 엄마를 떠올린다는 말이기도 하다. 



엄마는 생사의 길목에서 제 새끼를 먹일 돈주머니를 꼭 쥐고 놓지 않았듯

아이들도 삶의 위기에 맞닥뜨릴 때 엄마가 선물한 심장을 꼭 지켜냈으면 한다. 

사랑도, 생生도 거기서 시작되었다. 



* 윗글은 모두 학생들의 허락 하에 익명으로 실었으며, 학생들의 작문 상의 오류는 수정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 

** 자료 조사에는 주자이 학생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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