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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 Aug 25. 2020

죽고 싶은 이유에 대한 새로운 관점

당신은 현재 죽고 싶은가?


그렇다면 왜 죽고 싶은가?




당신은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왜 살고 싶은가?






나의 죽고 싶은 이유는


먼저 맘에 들지 않는 과거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들 아니 그건 뭐 더 열심히 살아 바꿀 수 있다 하더라도


내 몸에 울긋불긋 부풀어 오른 켈로이드

밤새 나를 간지럽게 하며 스퀘어 넥이나 브이넥도 입지 못하게 하고, 흉터가 한번 나면 절대 지워지지 않는 이 몸뚱이는 정말 나를 죽고 싶게 만든다.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매년 하나 두 개 씩 늘어가는 흉터 절대 사라지지 않고 빨갛게 부푼 흉터를 보며

할머니가 되면 온 몸이 흉터로 뒤덮인 괴물이 되진 않을까 하는 끔찍한 상상


평생 동안 켈로이드 없이 깨끗한 피부를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나는 영혼이라도 팔아 딜을 할 것 만 같다.

대학교 시절 갑자기 내 몸에 출몰한 이 병 때문에 나는 제왕절개도 하지 못하며, 성형은 물론 자그만 상처, 여드름, 뾰루지 모두 평생을 가는 흉터로 자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므로 덜덜 떨며 조심해야 한다.




또, 왜 죽고 싶은가

삶에 있어서 연애도 여행도 이제는 뭐하나 새로울 것이 없다. 앞으로 나는 돈을 벌겠지

이 직장도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난 과연 일할 수 있을까?


내 이런 몸의 병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아이도 낳고 싶지 않아 졌고, 결혼... 에 대한 로망도 없다.


그저 신경 쓸 사람이 더 많아지고

남자란 존재는 내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정도


그 정도를 깨닫고나니 앞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인생에 대한 기대도 없다.


그렇다. 내일 당장 눈을 감는다 해도 아쉬울게 별로 없다고 말한진 몇 년 정도 되었다.




누구나 죽고 싶은 적이 있으니까

특별할 거 없다 생각된다.




그렇다면 나는 왜 살고 싶은가


내가 죽으면 그 누구든지 언젠가 나를 잊겠지만 나의 어머니 한 사람만큼은 평생을 슬퍼할 거 같기에 살아야 한다.


그러고 보니 왜 살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 왜 살아야만 하는가로 답변하는 것이 참 슬프다.




그렇다면 사소한 것들을 적어보자


왜 살고 싶은가?


굳이 이러한 몸뚱이를 안고 살고 싶은 이유라 하면 아직은 젊으니까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사람으로 죽고 싶다. 누군가의 가슴 속에 깊은 여운으로 남고 싶달까


이건 너무 거창한가?


코로나가 끝나면 유럽에 못 가본 나라들을 여행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결혼이란 거 한번 해보고 죽어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내방, 내 서재  모든 걸 내 손으로 고르고 장식한 집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잠들며

사랑하는 이의 품에서 잠드는 것도 하루 이틀쯤 해보고 죽고 싶긴 하네


살고 싶어 지는 걸까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내가 태어나기 전에 신이 나에게 선택권을 줬을지 모른다.


예를 들어


"자~ 너의 기운과 운을 봤을 때 이 안에서 선택해야 한다. 이것도 내가 많이 봐준거란다."


1. 부유한 집에 태어났지만 못생기고 공부를 못해서 맨날 시달리다가 우울증 걸린 시나리오


2. 잘 살다가 갑자기 남편을 잃는 시나리오


3. 초년엔 운이 없어 많이 힘들고 켈로이드로 고생하지만 후에는 멋있고 행복한 사람이 되는 시나리오


4. 절세미인이지만 속이 허해서 남자복이 지지리도 없어 인생 망하는 시나리오


5.한쪽 팔이 없는 시나리오 혹은 귀가 안 들린다던가 혹은 눈이 안 보인다던가


너무 극단적으론 이런 생각도 했었다. 팔 없는 것보단 낫지 하며


장애인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고 그저 불행에 대해 더 큰 불행을 생각해내는 나의 한계였다.


그래 나는 내가 아마 이게 최선이라고 선택한 걸지도 모른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이 삶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시답잖은 생각들이 가끔 위로가 된다.



그래도 최선이었어. 나에겐



정신승리일지도 모르겠으나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온 불행에 맞서 싸우기엔

이만한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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