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악플은 많이 받아봤지만, '별점 테러'를 당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주말에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가 알라딘에서 별점테러를 당해 평점이 7점까지 떨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 시스템은 구매자가 아닌 이들도 짧은 평과 함께 별점을 매길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유명 도서가 아니라면 단 몇 명의 공격만으로 책의 평점을 곤두박질치게 만들 수 있는 구조입니다.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출간 당시에는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때보다 알려져서인지, 아니면 백래시가 조금 더 강한 상황이라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많은 분들이 책을 읽어줬으면 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표면적인 낮은 평점만 보고 책을 구입하지 않을 독자들도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워낙 황당한 일인지라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 별점테러가 일어난 '알라딘 100자평' 부분을 캡처해서 공유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별점을 남겨주셔서 그나마 한숨 돌렸고, 마음도 편해졌습니다. 다시 한 번 메시지로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힘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방심하는(?) 사이 지난주 금요일에 MD 추천 도서에 선정돼 노출이 잦아진 인터파크의 별점란이 난장판이 됐습니다. 여긴 평점이 4.7까지 떨어졌습니다.
사실 더 걱정되는 부분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거나 여성 서사를 보여주려는 창작자에 대한 압박이 현재 전방위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얼마전 <성경의 역사>, <소녀의 세계>, <바른 연애 길잡이>, <이두나!> 등에 쏟아진 웹툰계 별점테러는 매우 우려되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이 웹툰들의 평점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요.
남초 커뮤니티 유저들을 비롯해 안티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것을 넘어서서, 페미니즘을 ‘피곤한 것’으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페미니즘의 관점이 들어가면 별점테러가 일어나니까, 악플이 달리니까, 불매운동을 한다고 하니까, 결국 모두가 페미니즘을 피하고 싶게 만들려는게 그들의 작전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 직·간접적으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책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들의 생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무엇보다 여성 창작자들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쪽에서는 "남자들이 페미니즘 때문에 억울할만 하다"라며 보듬어주고, 다른 한 쪽에서는 '안티 페미니즘’의 기수가 되어버린 정치인이 야당의 당대표 후보로 나섰고, 심지어 지지율도 높습니다.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기세등등할만한 조건이 만들어지니, 페미니스트들은 자꾸 눈치를 보거나 부당한 공격을 받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공개적으로 말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힘든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고요.
인터넷 서점의 별점 제도를 없애야 할지, 아니면 구입한 사람만 달 수 있도록 해야할지, 아니면 부당한 평은 지워달라고 해야할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제가 겪은 일들은 정말 새 발의 피라는 사실입니다. 게임계 사상검증으로 인해 김자연 성우를 지지했던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사실상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한국 게임 회사의 작품에는 참여하기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20대 남성'의 억울한 '기분'에는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페미니즘의 요소를 콘텐츠에 넣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니면 아예 '음모론'에 의해 배척당하거나 배척당할 수도 있다는 압박을 느끼는 '20대 여성'들이 겪는 차별은 쉽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계속 용기내어 맞서 싸우고, 여성 서사를 쓰면서 꾸준히 세상을 바꿔왔던 페미니스트들에게 감히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단치 않을 겁니다. 다만 계속 함께 싸우겠다고, 힘들때는 같이 버티면서 연대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결코 피곤해 하거나, 피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입니다.
*사실 본문에도 썼지만 이미 주말부터 많은 분들이 자기 일처럼 나서주셨기 때문에 제 책의 평점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제 책의 별점은 괜찮습니다. 대신 위에서 언급한 웹툰이나 여성 창작자들의 작품을 더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 페미니스트들의 창작물에는 언제나 댓글과 별점으로 응원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