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간을 통해 여성을 성적으로 억압한 2030 남성들
'여성은 물건이 아니다'
2030 남성들에게 이 말부터 외우게 해야할 것 같다. '역차별론'을 주장하던 남성들은 '우리 세대가 남자라서 무슨 이득을 얻었냐'고 웅얼거린다. 그러나 정준영-승리 사건을 보라. 여성의 몸을 물건인양 카메라로 찍어 공유하고, 그 엄청난 폭력에 아랑곳하지 않은채 낄낄거리며 연대감을 다질수 있는 것. 타인을 인격체로 바라보지 않는 '놀이'를 즐길수 있는 것. 오로지 남성에게만 허용된 권력이다.
2030 온라인 세대의 남성들은 정도는 다르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도구화하고 억압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최종범 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 역시 그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연예인들의 '몹쓸 짓' 정도로 국한시켜서는 안 되는 이유다.
나는 아직도 여자 선생님의 치마 속을 폰 카메라로 찍고 돌려보던 고등학생 시절 반 아이들이 종종 떠오른다. 왜 말리지 못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많이 들면서, 또 한편으로는 2030남성의 남성성이 만들어진 과정을 돌아보게 된다. 어릴때부터 불법촬영물을 '한국 야동'이라며 즐기며 자랐고, 애인과의 영상이 자신에게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그런 남자들이 학교 혹은 직장에서 만든 단톡방의 현실은 참혹할수밖에 없다.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거나, 주변 여성들을 '동료'가 아니라 '몸덩어리'로 여기고 품평을 해온 단톡방들이 여러 보도로 드러난 적 있다. 그런데 사실 이는 빙산의 일각이지 않을까.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여성을 '은밀하고' '빠르고' '넓게' 억압하는 구조를 만들어간 것이 지금의 2030, 넓게는 10~30대 남성들이다. 또래 문화 자체에 '디지털 성폭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며, 그들에게 제멋대로 포착되고 구획된 여성의 몸을 통해 남성성을 확인한다. 동시에 여전한 자신들의 성별 우위를 확신한다. 그들은 온라인 상으로 여성을 박제해서, 인격을 지우고, 제 멋대로 평가하는 데 아주 익숙하다. 나도 그런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보거나 또래집단 혹은 커뮤니티에서 공유한 일은 2030 남성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광범위한 경험이다. 남성들이 정준영-승리 사건을 보면서 남의 일처럼 치부할 게 아니라 철저하게 부끄러워하고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아직 늦지 않았고, 변할 수 있다.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를테면 수많은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서 그 안에 있던 단 한명만이라도 '불편하다'라고 말을 했다면, 보도가 나올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아닐 것이다. 물론 주류적 분위기를 건드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하지만 남성들이 즐기던 수많은 행위들이, 명백하게 '범죄'로 규정될 정도로 사회의 '상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범죄다", "하지 마라"
5060 남성만 성차별 구조의 수혜자이자 가해자가 아니다. 중장년 남성들은 자신이 가진 사회적 권력에서 비롯된 위력을 통해 성폭력을 저지르거나 성적 착취를 일삼는다. 그런데 젊은 남성들도 이에 못지 않다. 온라인 공간과 디지털 기술을 성적 억압을 극대화하는데 이용해서 위력을 만들고, 여성의 안전한 삶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지금 그들의 민낯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2030 남성들은 선택해야 한다. 계속 그따위로 살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보편'이자 '상식'의 편에 설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