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해가 지고 나면 켜지는 내 방의 작은 불빛.
혼자서도 나를 바쁘게 하는 특별할 것 없는 짓.
어둠 속 더욱 환한 나의 방 안에서
모두가 말하는 밤이 되서야 시작되는 하루의 보고서.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눈을 감아 버리고 마는 밤엔
나를 맞이하는 건 내가 아닌 그냥 누군가의 아침이기에,
나의 숨을 죽이고 모든 이들 속에 자연스럽게 묻혀야 하는
그 아침이 오는 게 나는 싫었던 거야.
또 다른 시작을 원치 않아서 부단히도 마무리를 지으려 하지 않았던 거야.
그런 내가, 해가 떠오르고 그 누구가 되어도 좋을 만큼
나의 아침을 반갑게 해주는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디서든, 얼마큼의 무리 속이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곳을 보며 같은 이유로 웃을 수 있는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일상이 별일이 되는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거창한 위로의 말보다, 어줍지 않은 긍정의 말보다
나를 보는 눈빛만으로도 나를 쉬게 해주는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힘겹게 가둬두고 있던 가면을 벗겨내고 온전한 나로 돌아왔을 때,
나의 지친 하루 끝에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들 속에서 나를 알아 봐주는
단 한 사람이면 돼.
너의 목소리, 너의 온기로 모두의 밤을 나도 기꺼이 맞이 할 수 있게…
나의 존재가 더 없는 안위가 되는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너의 고된 삶의 끝에도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