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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tacura Jan 23. 2022

구직 및 작업 상황

난 번역가가 되었나, 되고 있나 

1월 20일 목요일 오전 11시 : 특허번역 면접

일단 중국어 번역이라 하니 넣어본 것인데, 사실 번역회사가 아니라 특허사무소라 일이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프리랜서 모집인데 직접 면접을 보고 현장에서 번역 테스트를 하고 싶다고 해서 아주 오랜만에 하이힐을 꺼내 신고 뒤뚱뒤뚱 걸어서(이렇게 높은 힐이 내게 있었나!) 강남역 소재 사무실에 갔다. 

사무소 대표라고 하는 변리사인 듯한 분은 차분하고 수더분한 인상이었다. 아마도 그 분도 나를 차분하고 수더분하게 보셨던 것 같다. 한중 특허 번역은 경험이 없다고 몇 차례 솔직히 말씀드렸음에도 잘 하실 것 같다며 한중도 같이 테스트를 해보자고 하셨다. 번역료는 어떻게 드리냐고 물어와서 소심한 베짱(?)을 부려 말했다. 베짱이라고 하기엔 너무 소심하긴 하지, 아직은 내 위치를 모르겠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경력이 더 쌓이면 그 땐 당당하게 요구해 보리라...

경력이 많으시네요, 아 네, 제가 나이가 있다보니...로 시작된 인터뷰는 10분 쯤 이어진 듯 했다. 그리고 중한, 한중 총 1.5페이지 쯤 되는 특허 문서를 20분 안에 번역해 내라고 했다..ㅠ.ㅠ 기술문서는, 특히나 특허와 같은 전문문서는 처음 단어 검색하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든다. 한국어 원문도 무슨 의미인지 몇 번씩 곱씹어 읽어야 하는 텍스트를 한 페이지 반이나 주고 20분 안에 번역을 해 내라니,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일단 시작은 했는데, 시간 안에 마칠 수는 없었고, 선택에 여지가 없어서 오히려 당당하게 시간 안에는 할 수 없는 텍스트였노라 이 정도만 하겠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당당함에 놀랐는지, 딱 20분 맞춰서 들어온 담당자는 그럼 시간을 얼마나 더 드리면 되겠느냐고 다시 물어왔다. 한중은 품질을 담보할 수 없어 하고 싶지 않았는데 시간을 더 주겠다고 하니 안 할 수도 없게 되어 20분 만 더 달라고 하고 할 수 있는 만큼 했다. 


1월 21일 금요일 오후 : 구립 복지센터 중국어 강사 서류 탈락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두 과목 60세 이상 어르신들 중국어 초급 강의 자리였는데, 서류 탈락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꼭 하고 싶었는데...


1월 24일 월요일 오전 11시 : 웹툰 샘플 번역 마감 

12월에 웹툰/웹소설 분야로 지원해서 서류합격하고, 일단 계약서까지 쓴 업체인데, 일감이 들어왔다고 연락이 왔다. 당연히 샘플 테스트를 먼저 진행하고, 합격을 해야 맡아서 진행할 수 있다. 번역 예정인 웹툰 작품의 1화를 번역해서 보내달라는 연락을 금요일 오후 7시에 받았다. 월요일 오전 11시까지 보내달라고. 하...여기서 마음이 상하면 안되는 건가... 원문을 타이핑 해서 번역을 해달라고 하는데, 여기선 마음이 상해도 되는 건가... 


1월 25일 화요일 오후 1시 : 기계제품 중국 표준기술서 번역 마감 

12월에 서류 및 샘플 테스트에 합격하고, 역시 계약서까지 쓴 업체인데, 얼마 전 연락왔던 첫 일감은 고객 요청으로 취소가 되었고, 다시 며칠 만에 일이 들어왔다. 써 본 적이 없는 툴인 Memsource를 사용해서 번역해 달라는 요청인데, 사용법이 Trados와 유사해서 어렵지 않을 거라는 PM의 말에 용기를 얻어 일단 맡아서 하기로 했다. PM이 대학원 동기(줌 수업 동기라 몇 번 본 적은 없다만)라 의지가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영상번역이랑 작업 일정이 거의 겹쳐서 주말이 매우 바쁘긴 했는데, 어쨌든 두 가지 모두 기한 내 할 수 있을 것...아마도...그래야 한다. 


 1월 26일 수요일 오후 12시 : 영상 번역 최종 마감 

새로운 기계 문물, 아니지 이젠 디지털 문물에 대한 울렁증으로 아직도 영상 번역 툴을 보면 뭔가 잘못되지 않을까 마음이 떨리긴 하지만, 한 달 간 띄엄띄엄 이어지던 영상 번역도 이제 끝이다. 이런 일만 있다면 내 목표 수입도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텐데, 이런 꿀알바는 졸업과 함께 끝이다. 월요일까지 표준기술서 번역 마감하고 화요일부터는 매달려서 해야 마칠 수 있다. 


1월 28일 금요일 오후 6시 : 새 번역회사 샘플 테스트 마감 

휴학 기간에도 한 번 도전했던 업체였다. 서류 제출 자격도 까다롭고, 이력서 뿐 아니라 번역에 대한 자기 생각이나 철학도 묻는 업체다. 휴학생이었을 때는 서류 제출 후 연락 한 통 못 받고 미끄러졌는데, 이번엔 연락이 왔다. 서류 내고 근 한 달 만이라 이번에도 떨어진 줄 알았다. 어렵게 얻은 기회이니 잘 하고 싶은데, 샘플 번역 분량이 꽤...된다. 시간이 충분할지 모르겠다. 샘플 번역 품질을 보고 번역료를 평가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무섭다. 슬픈 합격이 되진 않았으면. 


1월 29일 토요일 : 웹소설 샘플 테스트 

일단 샘플 테스트는 가능한 다 참여하고 있다. 샘플 테스트라는 게 서류가 통과 되어야 하는 건데, 그렇게 얻은 테스트 기회를 바쁘다고 안 할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런데 다음 주에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정을 잡았을 땐 일이 많지 않았는데, 갑자기 일이 몰려서...연기하자고 하면 해줄지 모르겠다. 샘플 테스트는 시간을 두고 최선을 다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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