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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추리 Jul 08. 2019

아베 정권의 보복, 그 너머에는...

<<보이는 거와 많이 다른 일본-17>>



일본의 보복조치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분노가 일고, 반일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불매운동도 확산하고 있다.


또 한편,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고, 대일 의존도가 여전히 크다는 자성도 나오고 있고, 뒤늦게 우리 경제 체질 개선도 외치고 있다.


거듭거듭 궁금한 것은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권력은 왜 이렇게 나올까 하는 점이다.


강제 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참의원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 대북 화해 분위기에서 일본만 소외된 상황을 흔들기 위해서다, 한국에 친일정권을 세우기 위한 작전이다.... 분석이 분분하다.


현실 정치인이고 노련한 권력에게 정치적 판단과 노림수가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따져볼 건, 아베 총리와 그 권력이 왜 이리 한국에 적대적인가? 왜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가? 그들은 어떤 인식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지점이다.


‘일본 우익이라서’라는 답 말고 도대체 일본 우익이 애당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길래 우리와는 이리도 엇갈릴까?


강제징용 문제, 위안부 문제 등에서 우리를 황당하게 만드는 그들의 사고를 원점까지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귀착하는 곳은 식민지 시대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다.


식민지 시대가 수탈의 시대였나 근대화 시대였나 라는 논쟁을 하자는 게 아니다. 거기까지 가기도 전에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프레임을 그들은 가지고 있다.


불편하지만 우리는 이 지점을 일단 봐야 한다.


1970년 폴란드 유대인 추모비 앞에 무릎 꿇은 브란트 당시 서독 총리


우리는 유럽에서 독일의 행보를 상기시키며 일본에게 독일처럼 사죄하라고 요구한다. 과거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의 유대인 학살 추모 장소에서 무릎 꿇고 사죄한 사진은, 일본과 대비되는 ‘양심의 독일’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우리에겐 친숙하다.


“일본도 제발 독일한테 배워 우리에게 진정성 있게 반성하라!”


이것이 우리가 독일을 보며 일본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그러나 일본 우익들, 그리고 상당수 정치인들, 그리고 일반인들 중에도 독일의 행보와 비교하는 한국의 비판에 냉소를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이런 생각이다.


제국주의 시대, 일본과 조선은 독일이 2차 대전 때 침공해 일시 점령한 프랑스, 폴란드와의 관계와 비슷한 게 아니라, 식민지 모국과 피식민지 관계인 영국과 인도 혹은 미국과 필리핀, 아니면 프랑스와 베트남의 관계와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속내는 이런 것이다.


“식민지배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강대국 역사인데 사죄해야 하느냐고...”


한국이 일본에 사죄를 요구하는 것처럼, 필리핀이 미국에 인도가 영국에 베트남이 프랑스에 사죄를 요구하느냐고 그들은 내심 아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대신 독일이 폴란드나 프랑스를 침공한 것처럼 일본이 전쟁을 일으켜 주변국에 고통을 준 역사에 대해서는 사과할 수 있다고 국제사회에 발언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표명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아베 담화다.


아베 담화는 시종일관, 2차 대전 과정에서 자신들이 끼친 피해에 대한 반성을 표명하면서도 조선 식민 지배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다. 식민지는 기본적으로 서구사회가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다수 확보했음을 상기시켜서 자신들의 한반도 지배는 그 당시 ‘흔한’ 일이었다고 슬쩍 ‘돌려서’ 합리화할 뿐이다.


그들의 생각을 한마디로 요약한 주장은 다음과 같다.


“유럽에서 나치 독일의 식민지였던 나라는 없다. 그래서 독일이 전후 유럽에서 해온 반성에서 식민지 한국이 참고할 것은 기본적으로 없다”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


우리를 몹시 분노하게 만드는 이런 주장은 생각보다 매우 교묘하고 탄탄하다.


한반도 지배는 반성하지 않지만 2차 대전에서 끼친 해악은 반성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미국과 서구사회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한테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미군 포로와 중국인을 강제 노역에 동원한 것은 사죄하면서도 한국 징용자에게는 그럴 일 없다는 오만함이 어디서 오는지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전쟁은 반성해도 식민지배는 반성 없다’ 


이를 통해서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상식을 납득시키고 한국이 붙잡고 있는 '침략국가 일본' 이미지를 떨쳐버리려는 구상을 실현하는 중이다.


아베 총리와 일본 권력이 식민지배에 대해 죄의식을 거의 느끼지 않는 완고함이 핵심이고,   

이 엄청난 철학을 하나하나 구현하고 있는 게 지금 상황의 본질이다.


아베 총리는 10여 년 전 총리를 역임했었고, 무작정 자신의 논리만을 앞세우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걸 생생히 경험한 권력이다. 현실감각 없는 시대착오적인 권력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신들의 철학을 노회하게 구현해가는 일본 권력을 우린 지금 이웃하고 있다. 그 완고하고 집요한 공세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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