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겨, 훔친 물건들에 손대지 말라네>
런던 호스텔, 매일 아침 같은 식탁에 앉아서 커피 한잔을 조식으로 먹던 조던씨
그와 달리 저는 항상 개인접시 가득히 담아서 조식을 먹습니다.
건강을 위해 마트에서 구매한 오트밀, 야채샐러드와 과일을 그리고 호스텔에서 제공한 음식들로 채우죠.
원래 여행 전에는 건강을 위한 공복 유지를 위해 아침을 먹지 않았는데 호스텔에서 조식을 무료로 주니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배낭여행자인지라 기쁘게 조식을 먹습니다. 무료가 아니더라도 여행지에서 조식은 필수입니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상대적으로 식비를 아낄 수 있으니까요.
중국 회사에서 일하며 유럽에 출장차 왔는데 런던이 처음은 아니라서 마음이 여유로웠던 조던씨.
대영박물관을 갔다 왔다며 개구진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진열된 물품들 그러니까 과거 영국인들이 식민지나라에서 훔쳐온 물건들 옆에 버젓이
“손대지 마시오”라고 적혀있다고요
웃기다며 둘이 깔깔 대고 웃습니다.
매일 밤 온라인의 문제(꼬인 한국 유레일패스 풀기, 카우치서핑의 저도 모르게 구독이 되어 버린 서비스 해지- 정말 열불 나는 일이죠 )를 해결하느라 아침 마다 눈이 벌개진 저의 앞에 앉아서 담소를 나눈 조던씨. “고마웠어요. 덕분에 아침에 미소로 시작했어요”
매력적인 외모의 캐나다인 레이나.
중년의 그녀는 런던에 온지 10일이나 되었는데 비오는 날을 만나지 못했다며 신기해합니다.
딸이 강력히 추천한 내셔널 갤러리를 방문하는 날인데
자신이 게으른 사람이라 이제야 늦은 준비를 하고 나간다고 어깨를 으쓱합닌다.
“당신은 절대 게으르지 않아요. 나는 일찍 일어났지만 아직 나가지 못했는데 늦게 일어난 당신은 금새 준비하고 나가잖아요. “
그 날, london pass(런던여행하는데 도움을 주는 카드) 문제를 해결하느라 일찍 기상을 했지만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데이터를 아끼느라, 외부로 나가면 와이파이 접속이나 전화가 끊겨서 일정에 무리가 없는 선에서 최대한 숙소에서 해결하려 노력했어요. 그 까닭에 아침에 늦게 나간 날은 너무 속상하기도 했습니다. 늦게 기상했지만 빠르게 나가는 그녀가 부러웠습니다.
출발하는 날, 무거운 짐을 빠르게 정리하고 미소를 건네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죠.
“레이나씨, 여전히 여유롭고 아름다운가요? 저도 당신 처럼 살고 싶어요.”
런던의 마지막 날, 만난 중국인 영국대학생. 한국인인줄 알고 말을 건넸다가 대화가 즐거워서 인스타 주소를 주고 받았는데, 그녀는 저에게 작가인 느낌을 받았는데 책을 썼냐면서 놀라워합니다. 저역시 그녀가 글쓰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떠올렸는데 졸업생인 그녀의 희망직업이 기자라니 너무 놀라서 서로 즐거운 웃음을 주고 받습니다.
“기자가 되었나요? 즐겁게 일하길 바랍니다. “
귀엽고 맛있는 핫케이크와 조식을 준비해준 하와이 청년(내 예상)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런치박스를 만드는 내가 불편했을텐데
그런 내색없이 항상 인사를 건네줍니다. 다른 호스텔의 스탭들은 불편해하는 기색이 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호스텔 직원들에게 아침의 조식 타임은 자기 공간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호스텔 주방은 공유주방이지만
조식을 준비해야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냉장고, 전자레인지, 씽크대 사용 등이 암묵적인 공간이었겠구나 싶습니다.
“미안해요. 내가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는 행동이 호스텔의 조식을 가져가는 것으로 오해받을까봐 다른 사람들이 기상하기 전에 일찍 내려와서 움직였어요. 불편했죠? 그래도 나를 참아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맛있는 점심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어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즐거움을 준 것 처럼 일할 때도 만나는 사람들로 인해 행복합니다.
직장에서 일하면서 받은 어려움을 밥과 함께 수다로 풀었습니다. 민원인들의 말도 안되는 요구사항에 고개를 겪하게 끄덕여주면서 오늘도 잘 버텼다고 응원해주었습니다.
명절이 지나고서 ‘시’자 들어가는 분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누구랄 것도 없이 얘기하기 시작하면 서로의 ‘시’의 배틀이 시작되고 누가누가 더 심각한가 침을 튀겨가며 얘기했고 누군가는 기쁠 수 없는 의문의 1승을 거두었지요.
강사님들과는 커피를 마시며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실질적으로 나눴습니다. 이런 수업 내용 어때요? 수업 방식을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각자 운영하는 주제에 대해 얘기하면서 강의 노하우를 나누다 보면 학생들에게 더 좋은 양질의 수업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랜서로 활동할 때는 자주 뵙는 분들과 식사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혼자 밥을 먹어도 좋지만 누군가와 나누는 스몰토크 시간은 즐거우니까요. 그런 만남 속에 좋은 정보를 만나기도 했지요. S여대에서 초빙상담원으로 일할 때 자주 뵙던 선생님께서 저에게 모대학의 직업상담사 채용공고가 나왔다며 알려주셨습니다. 프리랜서 삶에 대해 만족했던 터라 별 생각은 없었지만 학생들에게 ‘입사지원서, 면접 전략 등의 취업역량강화’를 가르치는 제가 ‘선생’이니 점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취업전략실력’을 확인해보고자(직업상담사 이니 스스로를 점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지원합니다. 운이 좋게 최종합격까지 받게 되는데요. 고민하다가 기도 중에 결정한 것은 프리랜서를 접고 학교 입사를 선택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가 취업지원팀에 입사한 그 해가 강사시장의 씨가 마르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시기였습니다. 국가에서 교육비 사업을 전반적으로 줄여서 강사시장에 찬바람이 불어온 거죠. -그러니 프리랜서가 아니라 학교에서 근무하기로 선택한 것은 운 좋은 선택이었다고들 말합니다.- 결정적인 사건도 생깁니다. 신규 아파트 입주를 앞 둔 시점이었는데 전년도의 프리랜서 소득이 기준 미달이어서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합니다. 혹시나 해서 모대학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니 은행에서는 재직증명서를 요청했고 재직증명서 덕분에 대출을 받고 무사히 아파트에 입주합니다. 하마터면 시공사에 제출했던 선금을 받지도 못하고 집도 없이 공중에 뜨는 상황이었는데 놀랍게도 그렇게 좋은 결과가 생긴 겁니다.
점심 멤버 선생님의 안내가 아니었다면 입사지원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귀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한 동료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이와 유사한 경험으로 사회초년생일 때 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다른 정규직일을 하려고 직원분들께 퇴사예정 사실을 알리면서 정중히 인사를 드렸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더니 동료분이 저를 창고로 부르셨습니다. 신문을 보여주면서 이런 일이 있다면서 응시해보라면서 채용공고를 보여주었습니다. 노동부에서 직업상담사를 모집한다는 공고였습니다. 당시 하던 아르바이트와 비슷한 일로 노동부에서 직원으로 뽑고 있으니 얼마나 반갑던지요. 제 일의 시작점은 아르바이트 창고에서 시작된 거죠.
일을 그만둔다고 미리 인사를 드리지 않았더라면, 문자 한통 보내고 마무리했더라면 알 수 없었던 정보입니다. 동료분의 안내가 없었다면 저는 이 일을 시작하지 못했을 겁니다.
제 이야기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으신가요? 기억나는 따뜻한 사람, 즐거운 순간들을 같이 기뻐해드릴게요 댓글로 나눠주시겠어요.
* 제가 묵었던 숙소 세인트 제임스 백패커스가 궁금한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간단히 남깁니다. (사진들은 없습니다. 정말 열심히 찍었는데 폰을 도난당했어요. ㅜㅜ 다행히 임시폰을 가져가서 미리 찍어둔 사진들을 건지긴 했지만 상당수의 초반 여행 사진이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가 다녔던 호스텔의 장단점을 같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호스텔을 선정하는 기준이 생기실 겁니다.
장점 : 친절한 직원들, Earl's Court 역에서 가까운(?사람들에 따라서 다르게 느낄 수 있음) 좋은 위치, 근처에 까페, 대형마트 있어서 편리함. 하이드파크 걸어서 35분거리라서 여러 번 갈 수 있음. 무료조식, 저녁식사까지 무료 제공이라니~!. 아침 조식을 정성껏 준비해주신다.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귀여운 팬케이크, 쏘시지를 먹을 수 있음. 식탁이 개별이 아니라 공동으로 사용하여 식사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사귈 수 있음. 넓은 마당에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 웨이트 운동을 가볍게 할 수 있음.
단점 : 샤워실이 작고 불편함. 몸집이 큰 서양인에게 그 샤워실 크기가 괜찮은지 의문이었음. 깔끔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배수가 잘 되지 않아서 바닥이 지저분할 경우 무척 당황할 수 있음. 지금은 해결되었기를 바랍니다. 직원이 청소를 해주지만 청소 시간대가 당신의 샤워시간과 겹치면 샤워를 못하거나 청소 전 시간이라면 무척 지저분한 상태일 수 있음. 여성 샤워실이 지하. 그외는 남성과 같이 사용하는 샤워실. 콘센트가 개별이 아니라서 핸드폰 충전이 쉽지 않았음. 게다가 콘센트가 2층침대 쪽에 없고 1층 침대에만 있음. 충전을 위해서 라운지에서 잠을 설쳐가면서 충전하기도 함.
집값이 비싼 런던에 위치한 호스텔이라서 그런건가 하고 일주일간 지냄. 여행지가 런던->파리->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포르투갈- >다시 스페인 마드리드 로 이동했는데 런던의 호스텔이 제일 아쉬웠고 그 후로는 괜찮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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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 James Bagpack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