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수비가 가능합니다.
우리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음식, 수면, 온도, 습도에
민감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음식을 먹으면 체하는지,
탈이 나는지 잘 알고 있다.
어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잠들기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어떤 온도에서 예민해지는지,
어떤 습도에서 코와 목이 답답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살아오면서 겪은 오랜 시간의
우리의 경험이 우리에게 말해준 것을
또렷이 기억하며,
특정 기준을 맞추려고 노력하거나,
특정 기준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살아간다.
생존에 위협을 받는 상황을 기억하고,
생존에 도움이 되는 상황을 기억하는
동물들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어떠한가?
어떤 일에 상처를 잘 받는지,
어떤 일에 예민해지는지,
어떤 일에 잠 못자는지,
어떤 일에 눈물이 나는지,
어떤 일에 우울한지
어떤 일에 쓰러지는지
잘 알지 못한다.
정말 잘 안다면,
그것을 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것을 마주했을 때,
더 잘 처리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을 늘 처음 마주하는 사람처럼
여전히 무너진다.
이미 생겨버린
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언제 상처가 생기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을 충분히 알아내어
예민하게 피하고,
설사 마주했다 하더라도
어제의 나보다 더 잘 처리하는 나 자신이
미래에 상처받을 나에겐 꼭 필요하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어린 시절 부모나 타인으로부터 받았던 상처,
성인이 되어서 받았던 상처, 부끄러움, 모욕에
공통점을 느끼게 되었다.
단순히,
내가 소심해서가 아니라,
내가 예민해서가 아니라,
내가 상처받고, 무너지는
예민한 지점이 있었다.
그것을 알게 되자,
나에겐 작은 희망이 생겨났다.
나의 거대한 왕국에
유일하게 공격을 받는 몇 군데를 알게 되자,
그것을 수비할 방법이 곧 떠오를 것 같았다.
전혀 모르다가 알게 되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의 마음 치유 여정은
그렇게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