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기 전 베트남에 갔습니다. #1

영혼의 완전한 고갈

by 영순

나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아도 다시 도전하고 노력하고, 방법을 달리해서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지점에 다다랐다. 50년 가까운 삶을 살면서, 이렇게 영혼까지 완전히 고갈된 것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무서웠고 절망적이었다.




나는 늘, 열정적이고 추진력이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꼼꼼하고 철두철미하고 성실하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이런 사람들은 번아웃이 더 잘 온다던데, 나는 번아웃도 코웃음을 칠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절망적이어도 나는 단 한 번도 무릎을 꿇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지점에 다다랐다.




번아웃은, 너무 열심히 살아서 그 에너지를 다 쓰면 찾아오는 허무함이나 절망감 쯤이라고 생각했다.


번아웃은, 완전히 고갈되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 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나는 번아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으니까.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으니까.




죽을 노력을 다했는데 고작 티스푼 하나의 모래만 옮겨진다고 해도, 나는 태산도 옮길 수 있는 사람이다. 1년 내내 노력했는데, 티스푼 10개 분량만 옮겼다고 해도, 나는 죽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사람이다.


하지만, 아무리 죽을 노력을 해도, 모래 한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을 때, 1년에 걸쳐 3숟가락 옮겨놨는데, 하루 아침에 3숟가락이 원상태로 돌아갔을때, 나는 삶이, 인생이, 신이 완전하게 나를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다.




사업과 자식의 사춘기가 그러했다. 6년의 사업기간 동안 단 한 번의 예외없이 신은 내 무릎을 매번 꺾어버렸다. 자식의 사춘기는 멈춤없이 악화되어, 안간힘으로 절벽에 매달리는 내 손가락을 찍어내렸다.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끝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