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기 전 베트남에 갔습니다. #4

피신처

by 영순

수년간 끔찍한 고통으로 나를 몰아넣었던 사업과 자식의 사춘기를 피해 나는 어딘가로 떠나야만 했다.




그 끔찍했던 6년간, 수면 시간을 줄였고, 술과 담배를 끊었으며, 매일 운동을 했고, 783권의 책을 읽었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든 배우고 습득했으며, 끊임없이 도전했다. 나 자신을 바꾸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내가 고용한 사람들은 나의 피나는 노력과 상관없이 나의 사업을 철저히 무너뜨려 갔으며, 자식의 사춘기는 내 영혼을 무너뜨렸다. 내가 고용한 사람들과 자식은 그들이 하고 싶은대로 행동했다. 내가 무너져 가는 것을 뻔히 지켜보면서도.




나는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 나는 종교가 있었고, 나름 독실했기에 자살이라는 결론은 아예 배제를 했었다. 이제 끝내는 것은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 채 잠적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나의 뿌리인 옛 가족과 내가 만든 현재의 가족이 있었기에 그들의 인생을 망치면서까지 잠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고통중에도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이, 내가 완전히 스러질때까지 버티게 한 실수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남은 것은 잠시 피해있는 것 뿐이다. 나는 3가지를 염두에 두었다.


1. 대한민국 지도를 펴고 아무렇게나 정한 곳

2. 50년에 가까운 삶을 살도록 남들 다 가는데도 한번 못 가본 제주도

3. 한국어가 들리지 않는 해외




철저하게 나를 고립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곳이어야 하고, 나를 고통스럽게 했던 직원들이 쓰는 언어, 내 자식이 쓰는 언어인 한국어가 들리지 않는 곳이어야 했기에, 나는 해외를 선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