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곳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막기 위해 사업을 정리해야 했건만, 모든 사업의 마지막이 그렇듯 정리는 내가 원하는 때에, 한순간에 하지 못한다. 다음 사람에게 인계를 해야하며, 모든 법적인 문제도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인계할 사람은 정말 사람을 힘들게 했다. 나는 얼른 도망치고 싶어서 최대한 배려하는데도, 돈 몇 푼을 아끼려고 속이 뻔히 보이는 말과 행동을 서슴치 않았고, 그런 언행을 한달 가까이 지속했다.
힘든 사업을 끝낼 때는 모든 게 바닥인 상황인데, 얼마 되지도 않는 돈 몇 푼으로 한참 어린 동생뻘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정말이지 인간 마음의 한계치를 끝없이 확인하는 순간들이었다.
나의 사업을 인계받는 부부는 잔금을 치르는 당일에도, 병적인 확인과 재확인을 거듭하며 잔금 입금을 늦추고, 그렇게 나에게 남은 1%까지 모조리 소진시키고 나서야 나를 놓아주었다.
나에겐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칠 장소가 필요했다. 그곳은 치유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충전의 장소가 아니라, 만신창이가 된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죽지 않을, 그러니까 누구로부터든, 어떠한 형태이든, 더 이상 공격을 받지 않을 안전한 장소 말이다.
사업을 정리하고 즉시 떠나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미리 장소를 알아봤어야 했다. 하지만, 나를 완전히 고갈시키는 그 부부 때문에 나는 장소를 알아보기는 커녕, 하루 하루 사는 것도 겨우 했다.
폐업을 하고, 몇 가지 처리해야 할 법적인 문제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숨을 곳'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3가지 경우의 수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