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으로
지옥같은 내 삶을 피해, 죽을 것 같다고 외치는 소리를 무시하고 끝없이 나를 공격하고 상처주는 사람들을 피해, 내가 달아날 곳은 베트남으로 정했다.
아름다운 비경이 있는 곳, 해변이 아름다운 곳, 체험할 것이 많은 곳, 유적지가 많은 곳, 쇼핑할 것이 많은 곳 등, 해외 여행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의 경우는 해외여행의 목적이 현재의 삶을 벗어나 외부로부터 단절되는 것이 주된 것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부합하는 나라를 골라야 했다. 엄밀히 말하면, '해외여행'이 아니라 '해외도피'였다.
그리고 나의 삶을 극한으로 몰아넣은 두 가지 요소(사업과 자식의 사춘기) 중 돈이 더 큰 고통이었기에, 물가가 싼 곳이어야 심적으로 더 고통받지 않을터였다. 한국을 떠나 도착한 그곳에서, 모든 것이 완벽한데, 돈걱정을 계속한다면, 나는 다른 고통을 해외에서 이어나가는 것이 될테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물가가 싸서 많은 것을 마음껏 사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저 돈 쓸 때 드는 마음이 한국에서처럼 불편하고 불안하고 죄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려면, 동남아로 가야했다. 동남아 국가 중 어디로 갈지는 알아볼 힘이 내겐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많이 들었던 베트남으로 정하고 브라우저 창을 닫았다.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 아니기에, 여행에 관해서 일체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고, 며칠 뒤에 다시 브라우저 창을 열어 여권 연장, 비행기 표, 첫날 숙박 업소만 정하고 끝냈다.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동생에게 카톡을 했다.
이제 사업도 다 정리했고, 형 잠시 떠나있으려고 해. 전화번호도 바꿨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너만 알고 있어. 그리고 베트남으로 떠날거야.
동생이 대답했다.
그래 잘 했어. 형. 무슨 말인지 알겠어. 형. 내가 부탁이 있는데, 거절하지 말고 꼭 들어줬으면 좋겠어.
동생이 하는 부탁은 나에게 요청하거나, 달라거나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무언가를 준다는 것일텐데, 그러면 나는 받을 수 없는데, 그러면 동생이 마음이 아플텐데... 어떻게 하지...
"그래.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