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매일이 전투다.
아니, 매순간이 전투다.
적이 누군지, 적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내 편과 싸우고 있기도 하고,
나 자신과 싸우고 있기도 하고,
심지어 내 기억과 싸우기도 한다.
싸워 이기려면 적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나는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전투의 이유도 모르는 듯 하다.
전투는 한쪽이 갑자기 일방적으로 끝낼 수 없다.
내쪽에서 공격을 거두면,
상대가 그 순간 나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난 어느 순간, 이유도 모른 채
끝없이 무언가와 싸우고 있었던 거 같다.
애시당초 그들은 나를 공격조차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제 그만 전투를 끝내고 싶다.
결코 싸워 이길 수 없는 전투를.
먼저 내 공격을 거둬볼까 한다.
글과 사진 - 영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