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잠시 평화를 찾았습니다만
–고단한 날들 사이, 잠시 머문 평화의 숨결
동생이 병원에서 퇴원했다.
초음파 레이저 시술을 마치고, 고열로 연일 병상에 누워 있었던 그가
야위고 지친 얼굴로 집에 들어섰다.
몸은 여전히 힘들어 보였지만
그동안 항암과 여러 차례의 큰 수술을 겪어낸 탓인지 표정은 담담했다.
“괜찮아, 누나.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야.”
그 말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마음 한편이 녹아내렸다.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엄마도 눈에 띄게 평온해지셨다.
주말 내내 내가 혼자 돌보던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방 안의 공기까지 부드러워진 듯하다.
마침 방문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엄마 상태를 체크해 주셨는데,
평소엔 호흡기를 끼고 있어야 유지되던 산소포화도가
기계를 끼지 않았는데도 정상 수치를 유지했다.
순간 선생님과 나는 기계가 고장 난 줄 알았다.
그만큼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뜻일까.
주말 이후 체력이 많이 빠지셨는지
잠자는 시간이 길어졌다.
가끔 깨워서 간식을 드리면
아기새처럼 입을 쫘악쫘악 벌리며
빨리 달라고 하신다.
그 모습이 귀엽고 짠하다.
동생은 ‘초딩 입맛’이라 불리는 소탈한 취향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가 좋아하는 동네 맛집 음식들을
줄 서서 사다가 건넸다.
어린 시절 좋아하던 간식처럼
작은 맛에도 눈빛이 환해진다.
그걸 바라보는 나 역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잠시나마 평화를 찾았다.
이 소중한 틈을 놓치지 않기로 했다.
서울 집에 다녀와야 할 일이 있어
요양보호사 선생님께 간병을 부탁드렸다.
나는 오랜만에 ‘나의 일상’으로 복귀한다.
볼일도 보고,
마음의 매듭도 잠시 풀어놓고,
무너진 내 안의 에너지를 조용히 다시 채워본다.
쉼은 나태가 아니라, 버티기 위한 준비다.
잠시 평화를 찾았습니다만—
이 시간이 오래 머물기를 기도하며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쉼 없이 흐르던 시간에
조용히 숨을 고릅니다
지금 이 평화가
잠깐일지라도
그 안에
감사의 숨결을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