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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햇살통통의 일상 그리기

#9. 가족여행, 바다에 담은 순간

by 햇살통통

아들이 군대에 가기 전 다녀왔던 울릉도 이후,

온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부산역에서 마주한 가족들,

간병으로 막혀 있던 내 일상 속에

환한 바람이 스며드는 듯했다.

렌터카의 차창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고,

통영과 거제도가 손짓하며 우리를 불러주었다.


이제는 며느리 한 명이 더해져 다섯 식구.

숫자 하나의 변화가

가족의 울타리를 더 따뜻하게 넓혀주었다.


생선구이 맛집에서 첫 식사를 나눈 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닷길을 걸었다.

햇살에 반짝이던 물결은

조용히 마음 깊은 곳을 흔들어 놓았다.

곤돌라를 타고 산 위에 오르고,

루지를 타고 내려오며

우리는 아이처럼 웃었다.

스릴이 바람이 되어 뺨을 스치자

잠시나마 삶의 무게가 흩날렸다.

해 질 무렵,

요트 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더없이 고요했다.

붉게 물든 수평선은

우리의 하루를 평화로이 감싸 안았다.

그 순간은 기도 같았고,

마무리로는 더할 나위 없었다.


다찌 맛집에서의 저녁,

풍성한 음식 위에 얹힌 것은

이야기와 웃음, 그리고 오래된 그리움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한자리에 모여

밀린 마음들을 풀어놓는 밤—

가족이 함께라는 사실만으로

세상이 포근해졌다.


부산에서 엄마와 아픈 동생을 돌보느라

각자 흩어져 살아온 우리의 일상.

이번 여행은

그 흩어진 시간을 한 곳에 모아

선물처럼 건네준 날이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후 바닷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거제도의 매미성에 들렀다.

세월이 남긴 돌담 위로

우리의 발걸음이 포개졌다.

부산역에서 가족들과 헤어지며

내 마음속에서는

“나도 서울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조용한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짧았지만 깊었던 여행.

그 바다 위에 담긴 순간들이

흩어진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오래도록 은은히 빛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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