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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동생

아픔에 관하여

by youngstone

오랜만에 사촌 동생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급작스럽게 돈을 빌려야겠다는 내용이었고

요즘에 혹시나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사촌 동생이 맞나 확인까지 하려고

페이스타임까지 걸어서 강제 영상 통화를 시킨 일이 있었다 하하...


200만 원을 빌려달라는 내용이었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직을 했는데

급여가 들어오기 전까지 카드대금이 나가야 되는데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랑 2살 차이정 도인 사촌 동생이고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럽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사실 이 사촌 동생의 사연도 나보다도 더 깊다.

부모님은 이혼하였고

언니가 있었는데 어이없는 일로 수면 중에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부모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자라기보다는 어떤 비교의 대상이었다.


돈 이백만 원 빌려주는 거야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요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 친구도 그동안 힘들게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도 내 가정 꾸리느라 힘들어서 누구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좀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오랜만에 얼굴도 좀 볼 겸 집 근처 치킨집에서 맥주나 한잔하자고 했다.

사촌동생은 꽤나 오랫동안 가정환경에서 받은 트라우마 때문에

우울증 혹은 공황장애로 힘들어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직장일을 꽤 오랜 기간 동안 그만둔 것 같았고

그로 인해서 수입이 끊겨 모아둔 돈도 다 소진한 것 같았다.


병원에는 다녀봤는지 물어봤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자신도 자기가 무엇 때문에 아픈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사실 나도 공감이 되었다.


가정환경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겉으로 보이는 상처가 아니다 보니

이게 고통을 유발하는지 아닌지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필자의 경우도 상당히 괴로운 부분이 아직까지도 일부 남아있지만

대부분은 신앙과 새로운 가정에서의 화목함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사촌 동생의 경우 아버지는 멀리 혼자 떨어져 계시고

혼자 독립해서 살아가 온지 10년이 넘었고

그 누가 옆에서 정신적으로 깊게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마땅히 없었다.


그저 오랜만에 만나서 치킨에 맥주 한잔하면서

삶의 애환을 이야기하고 그 무거운 짐의 일부라도 내려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친구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각자의 아픈 기억을 모르는 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 아픔이 곪아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음을 망각하기도 하고

일부러 없었던 일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를 잠식하고

아프게 하고 쓰러뜨리기도 한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아픈 과거를 수용하고

더 나 자신을 사랑하며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나 자신과 그리고 친구, 이웃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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