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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Jan 07. 2022

러시아는 오늘이 크리스마스라고요?

러시아 크리스마스는 달라도 너무 달라

이미 지나가버린 12월 25일 크리스마스.

하지만 아직도 트리를 세워두고 오늘에야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러시아!


러시아처럼 정교회를 믿는 나라라면

1월 7일, 바로 오늘이 크리스마스인 거다.


이를 비롯해 러시아의 크리스마스는 서양과 똑같이 기념하는 우리네 크리스마스와 좀 다른 점이 있다.

그 비밀을 하나씩 가볍게 살펴본다.


1. 크리스마스 날짜


일반적으로 우리가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이다. 

세계적으로 따르고 있는 그레고리력 날짜다.

러시아는 오래 전부터 동로마제국의 전통을 잇고자 율리우스력(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정한 태양력)을 사용했는데, 그러다 혁명 후 소련시절 1918년부터는 그레고리력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늘 옛날 러시아 사건을 보면 날짜가 둘이다. 그때 따랐던 날짜(율리우스력)와 지금 기준의 날짜(그레고리력)인 거다.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도 당시 준수했던 율리우스력으로 10월 25일이라 10월 혁명이라 일컫지만, 지금 기준이라면 그레고리력으로 11월 혁명(11월 7일)인 셈이다.

키릴 총주교(출처: tass.ru)

하지만 러시아가 믿었던 정교회는 교회력만큼은 율리우스력을 고수했고, 지금도 유효하다.


정교회에서 기념하는 율리우스력의 12월 25일 크리스마스 그레고리력에서는 1월 7일에 해당한다. 

율리우스력과 그레고리력은 13일의 차이가 난다. 그래서 1월 7일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것이다.

한 해를 다 보내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는 것이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이들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러시아 민중의 크리스마스(출처: nashydety.com)


2. 서리할아버지와 눈아가씨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 할아버지가 빠지면 섭하다.

빨간옷 입은 하얀 수염의 산타클로스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존재다.


아니, 그런데 러시아는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다른 이름의 할아버지가 있다.

'젯 마로스(дед мороз)'라는 이름을 가진 서리할아버지인데,

역시 겨울 왕국 러시아라 할아버지 이름마저 춥다.


게다가 이 서리할아버지에게는 늘 함께 다니는 소녀가 있다!

'스네구로치카(снегурочка)'라는 이름의 눈아가씨는 서리할아버지의 손녀로 늘 쌍으로 다닌다.

그녀는 마치 엘사처럼 파란색의 따뜻한 에 러시아 전통 모자를 쓰고 있다.

서리할아버지와 눈아가씨(출처: sochi.com)

 둘은 엄밀히 말하면 종교적인 크리스마스보다는 

러시아 신년 축하에 초점을 둔 캐릭터들이다.

С Новым годом(스 노빔 고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서 이 두 사람은 러시아 신년 메시지와 늘 함께 등장한다.

신년 메시지와 함께 나오는 서리할아버지와 눈아가씨(출처: god-tigra.ru)

사실 러시아에서 눈할아버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북유럽 어딘가에서 날아오시는 분이 아니라,

성 니콜라스(출처: pinterest.ru)

정확하게는 러시아식으로 기적을 행하는 성 니콜라이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한편, 눈아가씨할아버지의 조수로서 아이들과 서리할아버지 사이를 이어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개자 역할을 하기 위해 가끔은 작은 소녀가 되기도 하고, 어쩔 때는 멋진 숙녀로 변하기도 한다.

마치 동화의 한 페이지를 보는 것만 같다.

원래는 눈아가씨도 러시아 전래동화에서 눈으로 만든 소녀에서 유래됐다 하니 동화 같다는 말도 맞다.


러시아에서 공식적인 눈아가씨의 등장은 놀랍게도 소련시절인 1937년,

모스크바 시내 중심 돔 소유즈 앞에서 이루어졌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단다.


3.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니라 신년 트리


우리나라에서는 11월에 접어들면 여기저기 트리 장식을 한다.

그 누구도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보기만 해도 연말 기분이 나는 분위기메이커일 거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신년 트리 (출처: instagram.com/polinaleshina)

러시아에서도 연말이 되면 정말 성대하게 트리를 장식한다.

욜까(ёлка)라고 부르는 이 트리를 장식하는 문화는 16세기 표트르 대제 때 러시아에 처음 들어오게 되었다.


이후 소련 정부의 종교 박해와 트리가 부르주아의 관습이라는 인식으로 트리 장식을 금해오다가,

1930년대 크리스마스가 아닌 단순 새해 축하를 위해 트리를 세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지금도 트리가 러시아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라는 인식보다는

실제로 러시아어로도 '신년 트리(новогодняя ёлка)'라 부르니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에 더 맞겠다.

연말연시 러시아 어느 곳에나 거대하게 장식된 트리는 역시 그 스케일을 가늠케 한다.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고 나서도 상당히 오랫동안 이 트리를 볼 수 있으니

크리스마스 기분이 연장되는 기분마저 든다.



모스크바 신년 트리(출처: forum.tourtrans.ru)

러시아에서는 한 해가 지나면 우리처럼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서글픔보다는,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

12월 말부터 1월초까지 그 긴 연휴를 약 열흘 동안 마음껏 즐기니 말이다.


이제 오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러시아는 7일 후면,

율리우스력의 오래된 새해(старый Новый год 스따리 노비 곳), 즉 한국의 구정처럼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참 재미나다.

러시아는 크리스마스가 신년과 함께 즐기는 축제라니 말이다. 한국은 쉬는 날도 아닌데 러시아 덕분에 나도 덩달아 즐거워지는 기분이다.



2022년이 벌써 7일이나 지났건만 스스로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고 아쉬워 말자.

우리에게도 아직 음력 새해가 남아있으니 아직 만회할 기회는 있으니 말이다.



※ 원문 관련 영상 [러시아 크리스마스, 뭔가 특별한 게 있다?]

https://youtu.be/5U69NCccn2o?si=Ek9MWjoEcd2yeb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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