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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Apr 24. 2023

러시아 정교회 성당에 없는 세 가지

정통을 지키는 예배의 자리에 없어도 되는 것들

지난 2023년 4월 16일은 러시아 정교회 부활절(Пасха)이었다.

그리고리력이 아닌 율리우스 교회력을 사용하는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가톨릭보다 한 주 늦.


부활절은 정교회 주요 절기로,

수많은 성도들이 성당에 모여 예배하고 찬양하며 기쁨을 나눈다.


특히, 러시아에서 부활절을 알리는 원통  꿀리치Кулич는 모두가 함께 먹는 명물!


부활절에만 나타나는 부활절 빵 꿀리치(출처: klubmama.ru)


부활절이면 성당에서 모두가 이렇게 외치고 주고받으며,

예수 부활의 기쁨을 나눈다.


선창: Христос Воскрес! 흐리스토스 바스크레스!
(예수가 부활하셨다!)

화답: Воистину Воскрес! 바이스찌누 바스크레스!
(진정 부활하셨다!)


부활절 러시아 성당 풍경(출처: tvercard.ru)


그런데, 이 외침의 장소에서

일반 성당과는 언가 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가?

러시아 정교회 성당에는 3가지를 찾아볼 수  그렇다.





(1) 의자가 없다.


러시아 정교회 성당에 들어가면 무대처럼 넓은 느낌이다.

예배를 드리는 신자들이 앉을 의자가 없어, 텅 비어있으면 휑해 보일 정도다.


무대처럼 넓어 보이는 성당 공간(photo by 모험소녀)


성당은 자기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주님을 섬기는 장소,

러시아에서는 서서 드리는 예배를 하나의 헌신으로 여긴다.

으면 몸이 편해져 단순한 예배의 관찰자가 지만,

일어서면 긴장감으로 자연스레 예배에 집중하는 참여자가 될 수 있다 논리도 있을 것.


러시아 정교회 성당. 모두가 서서 예배를 드린다(출처: dzen.ru)


러시아에서는 연장자를 공경하는 전통이 있어

나이 많은 사람 앞이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당연한데,

하물며 하나님을 만나는데 앉아 있을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몇 시간이고 모두가 선 채로 예배하고 기도한다.


이처럼 의자 없는 관례는 러시아 정교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비록 앉지 못해 성당에 머무르는 동안 불편하고 다리는 좀 아프겠지만,

나름의 경건을 몸소 실천하려는 러시아인들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2) 악기가 없다.


일반적으로 성당에는 오르간이나 피아노 등 악기 연주와 함께 성가가 울려퍼진다.

그런데 러시아 정교회 성당에는 악기를 찾아볼 수 없다.


러시아 성당에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며 공간을 가득 채운다.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인 목소리로 만들어낸 성가 아카펠라가 장엄하게 공간과 마음을 울린다.

예배 중에는 목소리가 곧 악기인 것이다. 직접 들어보면 악기보다 더 멋진 선율 상의 소리처럼 경이롭다.


정교회에서 악기 없이 부르는 성가(출처: vsegda-pomnim.com)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화려한 음악보다 하나님 말씀과 복음을 더 중요하게 여겨,

음악은 말씀에, 멜로디는 복음에 종속시켜왔다.

악기 없이 부르는 노래는 '예배=기도'라는 생각에 기반을 둔

초기 기독교 전통을 보존하려는 정교회의 의지이기도 하다.


결국, 인간이 가진 최고의 것으로 하늘에 올린다는

거룩한 이유와 전통으로 인해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정교회 성당의 종(출처: mykaleidoscope.ru)


한편, 악기가 없는 대신 러시아 정교회 성당에는 이 있어,

다채로운 종울림이 멜로디를 대신한다.


(3) 조각상이 없다.


가톨릭 성당과는 달리,

러시아 정교회 성당 전면에 조각상 없다.


대신 이코노스타스(иконостас), 즉 성화벽이 앞면을 차지하고 있어,

다소 평면적인 느낌다.

신성한 이미지의 이콘(икона)들은 성당 곳곳에 자리한다.


이코노스타스(출처: loft-cafe.ru)


주로 예수와 성모, 열두 사도, 성서 이야기 등이 그려진 이콘은 이미지 자체만으로도 거룩한 느낌이다.


신자들은 이러한 신성한 이콘이 하늘과 연결되는 창문이라고 믿으며,

이를 통해 성서를 이해하고 예배를 드린다.


이콘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출처: teofos.com)


러시아 성당에 가면 자신이 애정하는 이콘에 입을 맞추고

초를 밝히며 기도하는 사람들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하늘에 마음을 전달하는 러시아인가장 경건한 의식과도 같은 것이.


지금은 이들은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까.


어린이나 어른이나 그 간절함의 깊이는 같다.(photo by 모험소녀)




988년 키예프 공국 블라디미르 대공

비잔틴에서 처음 받아들 국교가 된 러시아 정교.


모스크바 중심가 블라디미르 대공의 동상(photo by 모험소녀)


정교회는 러시아어로 '프라바슬라비예православие'로

'오른쪽, 정통(право)'이라는 뜻을 포함해, 정통강조하는 종교다.

성호를 그을 때도 오른쪽이 먼로, 가톨릭과 다르게 머리 - 가슴 - 오른쪽 어깨 - 왼쪽 어깨 순으로 긋는다.


다수가 집안의 '붉은 구석(красный угол)'에 이콘을 모셔둘 만큼

경건하고 거룩한 신앙심을 담고 사는 러시아 사람들이라지만,


붉은 구석의 이콘(출처: ok.ru)


한편으로 문지방에서는 악수를 하지 않는다거나,

안 좋은 일에는 나무를 세번 두드리는 등

미신도 자주 맹신하는 모습을 보면,


두 가지 믿음이 공존하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다소 빈틈 있 정감이 가기도 한다.



※ 원문 관련 영상 [러시아 정교회 성당에 없는 3가지]

https://youtu.be/SlZuAuuUTJY

출처: 유튜브 채널 여행과 사색


* 러시아 문화 & 여행 콘텐츠 영상 채널

https://www.youtube.com/@traveln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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