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모 토울스의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에서 읽어낸 메시지
본질적으로 인간은 너무 변덕스럽고 너무 복잡하고 엄청나게 모순적이어서 우리가 숙고해야 할 뿐만 아니라 거듭 숙고해야 하는 존재다. 인간은 우리가 가능한 한 많은 상황에서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겪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에 관한 견해를 보류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p194~195)
분명 여러분의 인생에도 어느 정도 도약했던 순간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분명 여러분은 자기 확신과 자부심을 가지고 그 순간들을 되돌아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도약하는 데 약간이나마 기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제삼자가 정말로 없었을까? 시의적절하게 조언해주고 소개해주고 칭찬의 말을 해주었던 멘토나 가족의 친구나 학교 친구가 정말 없었을까? (p318)
"나폴레옹이 새벽 2시에 호출을 받고 크렘린에 새로 마련된 침실 밖으로 나가서, 자신이 불과 몇 시간 전에 점령한 도시가 시민들에 의해 불타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을 때, 그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상상할 수 있겠어?" 미시카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래, 모스크바를 불태운 것이야말로 지극히 러시아적인 행위였어, 친구. 의심의 여지가 없어. 그건 별개의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그건 사건의 한 형식이었어. 수천 개의 역사에서 따온 하나의 사례일 뿐이야. 하나의 민족으로서 우리 러시아인들은 우리가 창조한 것을 파괴하는 데 기가 막히게 뛰어난 재주가 있다는 걸 증명해왔다네." (p456)
"...우리는 우리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는데, 그건 우리가 영국인이나 프랑스인이나 이탈리아인보다 더 냉담하거나 덜 개화되었기 때문이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지. 우리는 우리가 창조한 것을 파괴할 준비가 되어 있어. 우리는 어떤 나라의 국민들보다도 더 그림이나 시, 기도, 사람의 힘을 믿기 때문이지" 미시카는 고개를 저었다. "내 말을 꼭 기억해둬, 친구, 우린 아직 모스크바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불태운 건 아니라는 것을."(p458~459)
"전쟁 이후로 우리 두 나라 간의 관계는 그렇게 다정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이죠. 우리는 마셜 플랜을 추진했고, 당신네는 몰로토프 플랜을 추진했지요. 우리는 나토를 조직했고, 당신네는 코민포름을 구축했습니다. 우리는 원자탄을 개발했고, 당신네도 원자탄을 개발했어요. 마치 테니스 경기 같았습니다. 테니스는 좋은 운동일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것도 무척 즐겁잖아요. 보드카 드실래요?" (p546~547)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박수 갈채를 받느냐 못 받느냐가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환호를 받게 될 것인지의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란다." (p609)
백작은 자신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절제력을 발휘하여, 부모로서의 충고를 두 가지 간단명료한 요소로 제한하였다. 첫째는 '인간이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못하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가장 현명한 지혜는 늘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라는 몽테뉴의 격언이었다. (p654)
...아버지는 그녀에게 한 가지 생각을 얘기해줌으로써 그녀를 위로하고자 했다. 아버지는 우리 인생은 불확실성에 의해 움직여 나아가는데, 그러한 불확실성은 우리의 인생 행로에 지장을 주거나 나아가 위협적인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관대한 마음을 잃지 않고 보존한다면 우리에게 극히 명료한 순간이 찾아들 거라고 했다.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갑자기 하나의 필수 과정이었음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찾아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으로 꿈꿔온 대담하고 새로운 삶의 문턱에 서 있을 때조차도 그렇다는 것이었다. (p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