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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Nov 16. 2015

러시아의 진면모

있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나라, 러시아

"러시아는 사계절 눈이 내리고 추운 나라다.

그곳에서는 무표정한 사람들이 아직 공산주의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늘 폐쇄적이고 회색빛 도시라 무섭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비행기를 타고 8~9시간은 족히 가야 한다.(...)"


러시아를 잘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자주 듣는 이야기다. 관심의 차이라지만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이다. 아직 그들 마음 속 러시아는 90년대를 살고 있으니. 좀처럼 깨지지 않는 일종의 편견이다.


나는 그럴때마다 다소 흥분하면서 러시아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설명하며 그 매력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누군가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러시아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내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고 한다. 나의 가족을 다른 이들이 잘못 알고 있는데 그 진면모를 보여주고 오해를 풀어주는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게 나 러시아 전도사의 할 일!


러시아는 사계절 눈오는 곳이 아니다! 여름이면 모두가 일광욕에 미친다.


내가 이러저러한 설명을 늘어놓으면, 궁금해할 것이다.


"그럼 정확히 러시아는 어떤 나라인가요?"


그건 쮸체프의 시 하나면 모든 게 설명될 것 같다.


Умом Россию не понять,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러시아,

Аршином общим не измерить;

그래서 일반의 잣대로는 측량하기 어려운 곳.

У ней особенная стать -

자기만의 형상을 간직하고 있는 그 곳 -

В Россию можно только верить

러시아는 있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어라


 - Фёдор И. Тютчев 표도르 쮸체프


광활한 러시아를 보여주는 그림 한 폭, 시베리아의 숲


그렇다. 이성적으로 바라보면 이해 안 되는 일 투성이인 곳이다. 그저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해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게 최선이다. 그것이 삶이다.


나도 그 심오한 뜻을 러시아에 직접 가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머리와 지식으로만 알던 나라였는데, 그건 이 나라의 핵심이 아니었다. 직접 경험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엄청난 매력을 글로만 어떻게 알겠는가. 상식의 선을 뛰어넘는 일들이 일상다반사이다. 미운 정이 쌓이면 고운 정보다 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다. 러시아는 그런 곳이다. 그저 믿을 수밖에 없는 곳.


또 러시아 사람들조차 입에 말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Это Россия!(에따 라씨야!)"

"여긴 러시아잖아요!"


이 한마디에는 엄청난 메시지들이 담겨있다.


"그래. 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구나. 그런데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네.

하지만 여기는 러시아니까 그럴 수 있어. 당연한 일이지. 어떻게 해도 바뀌기 어려울거야.

그러니까 그냥 받아들이는게 상책이야. 원래 여기 삶이 그런거야, 걱정하지마.(...)"


러시아인들 삶의 철학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에따 라씨야!"가 처음 유학생으로 러시아에 와서 부당한 일을 당할 때마다 주변에서 해주던 위로 메시지였는데, 그건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런게 아니었다. 러시아 사람들끼리도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이다. 그래, 러시아니까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되던 일도 안 되고 안되던 일도 되는 이 곳!


이렇게 러시아의 진면모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그것이 그녀(러시아어로 러시아 'Россия'는 여성명사다.)의 치명적인 매력이니까.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당황스럽지 않도록!

매력의 나라 러시아에 빠져보시길!


★ 게재한 모든 사진들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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