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험소녀 Nov 22. 2015

대륙을 달리다

러시아, 알고 싶으면 이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니

러시아에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면 자칫 낭패를 볼 때가 많다.


"(아무렇지 않게) 여기서 가까워요. 조금만 걸어가면 돼요!"


분명 '조금만' 걸어가면 나온다고 했는데 가도가도 목적지는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조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먼 거리였던 것이다. 역시 대륙의 나라는 기준 자체가 다르구나!


러시아에서 "영하 40도 추위는 추위가 아니고, 40도의 술은 술이 아니며, 40km 거리는 거리도 아니다"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이 '40' 이야기를 통해 러시아의 엄청난 배포(?)에 놀라고, 그래야 생존할 수 있겠구나를 가늠해 본다. 음. 그렇다면 러시아를 이해하고 실상을 논하려면 적어도 대륙을 직접 건너는 체험을 해보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겠다!

 

도대체 무슨 보석을 발견하려고 이런 무시무시하고 예측 불가능한 나라에 나는 빠져버린걸까.

러시아는 그 매력을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고, 그렇게 매번 신나는 모험을 감행하게 되는 것 같다. 이제는 만남과 이별의 장소 기차역만 보아도 설렌다. 그래, 대륙을 달려보는거야. 러시아 사람처럼!


러시아에서는 기차가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사용하는 가장 일반적인 교통수단이다.


나는 러시아와 인연을 맺은지 5년만인 2004년 처음 모스크바에 가서 나름의 학구열을 불태웠고, 한국에 돌아온지 3년 후에는 직장인으로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 주저 없이 나간 열정 소녀다. 결과적으로는 시공간을 가로질러 대륙의 양 끝((좌)서부 모스크바와 (우)극동 블라디보스토크)을 체험한 것이다.



하지만 서부와 극동지역을 이어주는 중간 허리, '시베리아'라는 커다란 공간이 늘 아쉬웠다. 사실 시베리아를 모르고 어떻게 러시아가 품어내는 수많은 정서와 문학 작품과 '40' 이야기 등을 논하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봐야 광활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최대 10시간 시차가 나는 한 나라의 끝과 끝을 열차로 가는데는 거의 일주일이 걸리고,  모든 열차역의 시각이 모스크바 시간을 가리키고 있(! 지금은 로컬 시각 기준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횡단열차를 타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신기한 사실이다. 그보다 더 희한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기차를 타는 순간부터 찾아오지만 말이다.


러시아 지도와 주요 도시들


2015년에는 이러한 시베리아의 빈 공간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하늘이 알아주셨는지, 러시아 대륙을 제대로 횡단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유라시아 친선특급'은 다시 오지 않을 최적의 모험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 베를린까지 가는 여정이었으니 내가 무엇을 주저하겠는가. 나의 열정은 회사도 막지 못했고 나의 나이나 상황, 현실적 문제 등을 모두 잊게 했다. 그래, 그래서 횡단할 수 있었던거다.

러시아어라는 무기로 나는 그토록 이 나라를 더 알기 위해서 계속 대륙을 달리고 있다.


예카테린부르크의 유라시아분기점에 세워진 '유라시아 친선특급' 이정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학생 때, 그리고 직장인이 되고서, 여행으로 가 본 아홉 개의 도시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프스크, 카잔, 니즈니노브고로드,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예카테린부르크..


에이. 아직 멀었다. 더 가보고 싶고 숨겨진 멋진 곳들이 많다.

보통 러시아는 모스크바와 모스크바 아닌 도시들로만 구별되고, 지방도시는 다 똑같다고들 한다.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더라. 제각각 도시들은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의 모습을 간직한 곳들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걸 알아봐줬으면 좋겠다.


러시아, 어디까지 가봤니? 그 다음 행선지는..


아, 시공간을 초월한 나만의 러시아 도시 여행, 기대된다.

러시아가 10여 년의 세월 사이 눈에 띄게 발전한 만큼 나 또한 예전보다는 많이 성장한 느낌이다.

그래, 계속 이렇게 나와 함께 하자꾸나.


★ 게재한 모든 사진들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