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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Dec 13. 2015

오늘도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열차는 러시아 사람들의 삶이다

러시아어를 전공어로 배운지 얼마 안되었던 때,

어린 마음에 본 영화였지만 '러브 오브 시베리아'(원제: 시베리아의 이발사- Сибирский цирюльник(1998))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1880년대 웅장하고 멋진 러시아의 모습하며 제복 입은 생도들, 그리고 화려함 속에서 피어나는 신분을 초월한 사랑.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출처: 인터넷)


영화에서 열차는 늘 운명적인 만남과 안타까운 이별의 공간이었다. 그렇게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존재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와! 정말 낭만적이겠다. 열차를 타보면 저런 멋진 사람들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근거없는 동경까지 키우게 되었다.


드넓은 대륙을 가로지르도록 허용해준 그 길, 시베리아 횡단철도(Танссибирская магистраль, Trans-Siberian Railway(TSR))는 블라디보스토크부터 모스크바까지 9,288km의 거리를 이어주는 엄청난 길이의 철도다. 1891년 착공해서 25년만인 1916년 완공했다고 하니, 당시의 이른 시기만도 놀라운데 느려터진 러시아 시스템을 미루어 보았을 때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다. 이 철도를 시작으로 시베리아에 도시들이 생겨나고 발전했고, 군사적 영향력도 동으로 뻗어나갔던 것이다. 역시 러시아는 대단한 국가이고, '한다면 한다'는 민족임을 역사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열차는 시베리아를 가로지르며 달린다

실상 이렇게 탄생하여 달리기 시작한 시베리아 횡단열차. 러시아 사람들에게 열차는 일상적인 이동수단이자,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장소이기도 하다. 며칠 기차를 타고 멀리 가족을 만나러 가는 사람들,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일하러 홀로 떠나는 사람들, 생업을 위해 출장을 떠나는 사람들. 그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모두가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항상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묻어있다. 역시 대국이라 다르다. 그 활동범위가 우리가 생각하는 차원을 뛰어 넘는 것 같다.


그런 열차를 하루 이틀 타고 주욱 가다보면 러시아 사람들이 왜 평소 그리도 수다스럽고 독서와 음주가 일상화되어 있는지를 저절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열차를 타고 한 두 시간은 그럭저럭 새롭지만 그 이후부터 계속 똑같은 바깥 풍경과 단조로운 시간이 이어지는데, 이 시간을 길다고 느끼지 않게 하려고 이들만의 생존 방법으로 수다를 나누고 책을 읽기도 하며 맥주나 보드카를 즐기는 것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다는 것이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냥 삶의 한 가운데를 걸어가보는 것이다. 러시아를 가슴으로 이해하고 느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베리아를 횡단열차가 시작되는 블라디보스토크부터 시작해볼까?

한국에서 비행기로 불과 2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다들 멀게만 생각하는 착각의 도시, 나의 제2고향이기도 한, 투박함과 혼란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항구 도시로 곧 떠나보겠다.


★ 게재한 사진들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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