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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소녀 Aug 07. 2018

너무 그리워 연필을 들었다

그리움을 그리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어느 날, 우연히 내 눈앞에 보인 러시아 가이드북 사진이 나를 사로잡았다. 

늘 그렇듯 러시아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러시아를 좋아해서 택한 길이고 그렇게 살고 있는 건데, 나는 러시아를 왜 항상 그리워하는걸까.

참 아이러니하다.

  

아무튼 러시아를 선택해서 걸어온 이 길이 잘 풀리는 것 같으면서도 그것도 잠깐,

뭔가 턱 막히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날이 더 많다. 삶의 자세를 가르쳐주는 듯하다.


러시아가 그리운 마음에 연필을 들었다. 


어쩌면 일이 잘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을 무언가에 몰두함으로 해소하기 위한 시도였는지 모른다.

책에 있는 모스크바 명소 사진을 보고 무작정 따라그리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의 랜드마크 웅장한 성 바실리 사원! 

그냥 보면 참 아름답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나 복잡하다. 이 성당은 어느 것 하나 동일한 무늬를 가진 지붕이 없음을 그리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앞을 지키는 미닌과 빠좌르스키 동상도 표정까지 포착하진 못했지만 사뭇 진지한 분위기였다.    


작년 여름에 그린 성 바실리 사원 그림


무늬가 복잡하고 어려웠기 때문에 더욱 나의 도전 심리를 자극했던 것 같다. 


한때 화가나 만화가가 되리라는 어린 날의 꿈은 이미 20년 넘게 잠들어버렸지만 다시 펜을 드니 살아나는 기분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 보니 역시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해야 부담 없이 제대로 즐길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그 진실을 나는 러시아 여행작가가 되는 과정에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듯. 물론 여행은 항상 좋아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다 그리고 나서 완성된 작품을 보는 쾌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나는 수채화보다 데생이 좋다. 


색감이 빠진 채로 디테일이 그대로 느껴지는 질감이 더 분위기 있고, 나 같은 아마추어가 어느 정도의 기교를 연필가루로 되려 묻어(?)버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 그래서 대충 쓱쓱 그린 것 같아도 뭔가 잘 그려보이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1년 후, 무심코 다음 도전 과제가 눈 앞에 등장했다.


러시아 갈 계획이 무산되고, 역시 이 때도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때다. 본업은 뒷전에 괜시리 복잡한 사진을 보고 또 도전 의식을 깨웠다. 

이번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쉬 박물관이다!

 

한층 디테일을 살린 에르미타쉬 박물관 그림


이건 건물이 너무 화려해서 그리기 정말 어렵겠다 싶었다. 

장식도 많고 창문도 많은데다 각각 달려있는 조형물의 모양도 다 달랐다. 이런 디테일은 평소에 자세히 보지도 못했을 대상인데. 그래도 오기로 그렸다. 그 앞에 몰려있는 관광객들마저 나에겐 도전 대상이었다.


그렇게 그리운 대상이 내 눈 앞에 새로운 창조물로 탄생하니 뿌듯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것만큼이나 크나큰 기쁨이다.


이 그림들은 마치 러시아처럼, 

멀리서 보면 멋지고 제대로 된 걸작인데,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면 어설프고 삐뚤삐뚤한 것들 투성이다.

그런 러시아의 매력을 알기 때문에 나도 더욱 그런 마음으로 그릴 수 있었다. 


그리움으로 그려낸 러시아


다음은 러시아의 다른 도시들도 한 번 도전해볼까. 

난 어차피 전문적인 전업 화가도 아니고, 타고난 예술적 감각을 가진 작가도 아니다. 

그렇다면 최대한 쉽게 보여주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러시아 콘텐츠들로 대중을 맞이하는 것이 답이겠지?


오늘도 여전히 고민하다 그림이나 투척하는 #작가나부랭이!



★ 게재한 모든 사진들의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by 모험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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