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몸의 기억

by 이영선

치아 교정기를 떼고 난 후에도 교정기 (bracket)가 치아에 여전히 붙어있는 것 같다. 나는 이후에도 피자를 잘게 조각내어 잘라먹고, 그 좋아하던 옥수수는 아직도 앞니로 자신 있게 뜯어먹기가 두렵다. 입에 들어간 음식을 있지도 않은 장치가 떨어질까 조심스럽게 천천히 씹고 있다. 입에 더 이상 장치가 붙어있지 않다는 것을 내게 다시 가르쳐줘야 한다.


양치를 하면 칫솔이 빙상장 위의 스케이트처럼 '쓱'하고 거침없이 미끄러진다. 뭔가 거칠고 빳빳한 솔이 장치와 와이어에 걸리고 치태가 끼어있을까 세심히 브래킷을 문지르는 느낌이 나야 하는데 이젠 그런 느낌이 없다. 구강 세정기를 몇 번을 돌려도 어디선가 음식물 조각이 숨어있다가 발견되어 나오곤 했는데, 구강세정기가 이제 할 일을 많이 덜은 느낌이다. 스크루(Screw: 교정용 나사)가 심어져 있던 곳에는 이젠 더 이상 스크루가 없는데도 한동안 그곳을 피해 조심스럽게 양치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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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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