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의 덧니 이야기

by 이영선

나는 내 덧니가 그다지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그나마 덧니가 있다는 사실은 가끔 사람들이 '귀엽다'라고 할 때를 제외하고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덧니는 어릴 때 부모님에게 이끌려 치과에 갔다가 의자에 앉자마자 냅다 도망쳐 병원 계단을 뛰어내려 온 후, 차가 달리는 도로로 뛰어드는 바람에 유치를 제 때 발치하지 않아 생겼다. 몇 살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치과에서 이를 빼느니 차라리 차도로 뛰어들어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성인이 되면 치아는 잘 안 움직인다는 오래전 대학병원 의사 선생님의 말과는 달리, 사과를 베어물 때 사과 위로 찍힌 잇자국의 모양으로 해마다 덧니가 아주 조금씩 앞으로 돌출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살면서 내 덧니를 고쳐야 할 무엇으로 심각하게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내가 그랬듯이 덧니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옆에서 찍은 사진에서 보이는 턱의 모습이 변했고, 얼굴이 동그랗다고 불렸던 '보름달', '오백 원', '접시', 등의 별명을 더 이상 듣지 않게 되었을 때 얼굴이 약간 한쪽으로 긴 형태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 보이는 척 살고 있던 내 덧니의 존재감이 뇌리에 크게 박혔을 때가 있었다. 미국 대학원 시절, 학과 홍보 카탈로그의 표지 전면뿐만 아니라 학교와 연계되어 있던 큰 공연장의 연간 공연안내 책자 한 페이지에 내 덧니의 실상이 강조되어 나온 얼굴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렸던 것이다. 크게 웃고 있는 내 입 안을 아래에서 비스듬히 찍은 사진에는, 정면이나 측면에서 보지 못했던 구강구조의 기이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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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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