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교정 후 외모가 변했을까

by 이영선

7개월쯤 지났을 때 의사 선생님이, "주변에서 많이 변했다고 하지 않아요? 이제부턴 입을 더 넣어줄 거예요. 그러면 교정 한 걸 잘했다고 생각할 거예요"라고 했다. 나는 이미 교정을 한 걸 첫날부터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뭘 더 잘했다고 해야 할 일이 있나 싶기도 하고, 지난번 진료 시에 내가 치수괴사에 대해 질문한 뒤로 뭔가 불편한 게 있나 생각도 들고, 이제까지는 그럼 내가 못생긴 상태였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보통 평소에 말이 없는 사람들의 말은 한마디 한 마디가 시구 같이 의미심장한 함축어 같아서, 여러 번 곱씹고 다각적으로 이해해서 풀어보게 된다. 특히 한정된 진료 시간 내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만 주로 말하는 의료진의 말은 한마디 한 문장이 귀해서 의료적 해석의 깊이와 맥락을 이리 살피고 저리 살피게 된다. 의료진에게는 몇 마디이겠지만, 그 단어나 단어를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문장의 의미는 많은 의료지식과 경험치가 응축된 것이라 물에 불리면 한 양동이만큼 불어나는 마른미역과 같이 들린다. 의료진들의 마른미역 화법과 일반인들의 물에 양껏 불린 물미역의 화법이 달라서 충돌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본질은 같다. 결국은 미역인 것이다.


나는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니요, 주변에서 하나도 못 알아보는데요?"라고 했다. 뭔가 예상밖의 대답을 맞닥뜨린 듯 그는 굳이 내게 상담 시 찍었던 어색한 표정의 민망한 사진을 찾아 펼쳐 보이며 본인이 만든 치아의 변화를 입증해 보이려 애썼다. "이거 보세요, 많이 변했지요?"


의사 선생님의 관점에서는 엉망진창 뒤틀리고 겹쳐지고 비뚤었던 치아들이 가지런해졌으니 치아가 크게 달라졌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굳이 내 이를 치과에서처럼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외형적으로는 얼굴이 그다지 변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맞다. 선생님은 이과적인 입장에서 외형의 변화를 말하는 것일 테고, 나는 문과적인 입장에서 외모의 변화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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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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