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치아가 죽어버렸다

by 이영선

첫 교정 치료 후 6주가 지나고 2차 진료를 보고 왔다.


별 변화가 없는 듯해서 내 이가 안 움직이고 있는가 싶었는데, 매일 들여다봐도 잘 모르던 것이 치과에 갈 때쯤 되어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안에 가려져 있던 덧니가 슬며시 밖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얼굴을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겹쳐져 있던 이가 나오면서 치아 양 쪽으로 소위 작은 '블랙트라이앵글 (Black Triangle)' 공간이 생겼다. 이건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겹쳐져 잇몸이 필요 없던 곳을 펼쳐내니 당연히 치아 사이의 틈이 벌어져 보이는 현상이다. 그리고 아래 송곳니들도 약간 가지런해졌다. 평생 다른 모습으로 있던 이들이 움직이며 나란히 정렬을 하는 게 신기하다.


숨어있던 덧니에 작은 꽃모양의 임시 브래킷이 붙어 있었는데, 치아 표면이 넓게 모습을 드러내면서 투명한 브래킷으로 교체해 주었다. 브래킷 교체 시 아파서 '악악' 소리를 질렀는데, 소리를 지른다고 해결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내 공포심을 달래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듯했다. 너무 아프고 무서운데 뭐라도 하지 않으면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정말 벽돌로 이를 내리치는 것만 같았는데, 세상에 태어나 가장 심하게 경험한 고통이었다. 입고 갔던 재킷 끝을 손끝으로 잡아당기고 쥐어뜯으면서 꼭꼭 참느라 힘이 많이 들었다. 집에 오니 한쪽 손목에 멍이 들어있었다. 나도 모르게 한 쪽 손목을 너무 비틀어 쥐고 있었나 보다. 혹시 이가 부서지거나 빠진 거 아니냐고 물었는데, 아니라는 의사 선생님의 대답이 짧게 들렸다. 추후 치료를 끝내고 이에 붙은 장치를 떼어내는 날에는 나름의 각오를 하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브래킷을 떼어내는 물리적 충격이 끝난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의사 선생님은 이번엔 내 마음을 벽돌로 치는 것 같은 충격적인 말을 매우 덤덤하게 덧붙였다.


“앞니로 가능하면 뭘 씹지 마세요! 치아 신경이 죽은 것 같아요”


‘치수괴사(치아신경이 죽어 변색되는 것)’는 치아교정에서 있을 수 있는 최악의 부작용 중에 하나인데, 그게 나한테 일어날 일인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해당 치아는 교정 전까지 멀쩡했다고 생각했고, 기능적으로도 딱딱한 것을 베어 물고 씹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는 치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동네 치과의사 선생님이 ‘빼고 임플란트 하세요’라고 무덤덤하게 말하던 비슷한 톤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치아가 죽었어요’라는 말을 별 것 아닌 것처럼 하고 있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아서 “장치를 떼어낼 때 정말 아팠는데, 혹시 그 충격으로 신경이 죽은 건 아닐까요?”라고 물었다. 의사 선생님은 “그 치아는 원래 상태가 안 좋았어요”라고 딱 잘라 대답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서 치료하고 있고, 일부러 천천히 하고 있는 거예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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