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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날 공항에서

by 이영선

출국일 새벽에는 지방에 사는 탓에 이른 아침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문제는 집에서 십분 거리도 안 되는 데 이동 방법이 확보되지 않는 것에 있었다. 전국 교통망의 중심지라고 알려진 것과는 정반대로, 이 도시는 시내 대중교통 이용이 상당히 불편한 지역이다. 노선이 매우 비효율적이고 십여 년 전 매우 불친절한 버스기사를 한 번 경험한 이후로 이후 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


콜밴이나 택시를 부르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검색된 몇몇 업체와 앱서비스를 알아보니, 이 지역에 해당되지 않는 서비스도 있었고, 새벽 6시 이전에는 영업을 하지 않거나 예약이 불가했다. 공항에서 미국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공항버스 터미널에 가는 게 더 힘들게 느껴졌다. 시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에 연락해 보니 새벽에 그냥 연락하고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알 수 없는 것에 전전긍긍하며 밤을 새우는 것은 최악의 스트레스에 밤새 시달리라고 하는 것과 똑같았다. 대한민국 교통 중심 도시에 살면서 안심하고 새벽에 택시를 부를 수 없다니!


나는 누구에게 부탁하며 아쉬운 소리를 하는 걸 매우 싫어하는 사람인데, 할 수 없이 10만 원을 주고 20분 거리에 사는 별로 친하지 않은 동생에게 올 때 갈 때 약 10분 남짓 걸리는 집과 버스터미널 간의 픽업을 부탁했다. 혹시나 해서 새벽 모닝콜도 내가 해주기로 했다. 가성비는 없었지만 그래도 안심과 신뢰라는 항목은 확보할 수 있었기에, 제 때에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택시를 기다리며 한 시간에 한 대 밖에 없는 버스를 놓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아, 다시 한번 이래서 서울에 다들 사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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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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