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의 선잠, 새벽 4시 반에 시내버스터미널로 이동, 인천공항으로의 1시간 40분가량 버스 이동 후 다시 공항에서 선채로 3 시간 가량의 기다림과 이후 16시간의 비행, 처음 가보는 현지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문 닫기 전에 급히 미술재료점을 찾아 커다란 캔버스를 픽업해서 호텔로 가져와 작품 완성, 다음날 오후 1시 전시 설치……
장시간 비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계획의 생각만으로도 피곤이 몰려온다는 것을 알 것이다. 잠도 많은 나는 이 피곤함을 며칠 전부터 무의식 속에서 되풀이하고 있었다. 아니, 미리 느끼지 않으려고 억지로 피곤한 상상을 깨뜨리기를 반복했다. 그게 도착지가 한국의 어느 소도시였으면 부담감은 덜 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익숙한 삶의 방식이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피곤함이라는 것은 예상치 못하는 상황의 두려움과 무지에서 오는 것이다. 마치 전쟁터의 군인이 처음 보는 뒷산을 오르는 것과, 주말에 내가 뒷산을 산책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처럼 말이다.
나는 최대한 컨디션을 유지하려 애쓰면서 무사히 입국심사를 통과했다. 그제야 안도감과 함께 핸드폰을 켜고 오로지 전시와 여행의 즐거움만 생각할 수 있었다. 공항 화장실에서부터 보이는 모든 낯익은 풍경에 나는 내 고향에 온 듯 너무나 마음이 편안했다. 열흘 후 돌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슬퍼졌다. 내 마음은 출국 때까지와 다르게 설렘으로 가득 찼다. 피곤함은 가버리고 심신이 새것으로 깨끗하게 리셋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잠을 잘 자고 다시 아침을 맞는 듯한 느낌처럼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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