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 열 달처럼 깊고 진하게 흘러갔다.
매 순간이 던져준 생각의 깊이는 초당 10미터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지금 쓰는 이 긴 글에도 내가 받은 영감과 수많은 작품들에 대한 인상은 백 분의 1만큼도 다 묘사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의 작품에 대해서도 열 페이지 이상은 떠들어 댈 수 있는데 그걸 다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 이 여행의 기록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글이 모든 걸 다 담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여행을 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후 문득 이때의 기억이 떠오르면 그때 다시 단편적인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의 조각은 마치 종의 울림처럼 시간이 흘러가도 다시 뇌리를 치며 찾아오길 반복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오랜 고민 끝에 변호사부부에게 판매금지와 저작권 및 저작사용권이 여전히 내게 있음을 명시하는 서류와 함께 기증을 하기로 했다. 변호사 부부는 내가 전혀 걱정하지 않도록 작품을 철거하고 집에 가장 좋은 자리에 조명과 함께 내 그림을 걸겠다고 했다. 특히 변호사 남편이 좋아한다고 했는데, 아마도 복잡한 일상에서 단순한 드로잉이 머리 아픈 일을 잊게 해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한국에 있는 동일한 작품을 거실에 두었을 때, 방문을 열고 나오면 그 드로잉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듯이 말이다.
그녀는 전시 종료 날 바로 작품을 철거하고 설치하는 과정을 몇 장의 사진으로 보내왔다. 내가 평소에 원하던 사람에게 원하는 방식과 절차대로 그림이 귀하게 보이는 장소를 찾았다고 믿는다.
집에 온 후 두고 온 그림이 생각이 나서 마음이 잠시 괴로웠지만, 잘 생각해 보니 내 공간보다는 그 공간이 더 훌륭하기 때문에 그곳에 두는 것이 작품을 위해 좋은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작품은 거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계속 살아서 나의 존재를 확산시킬 것이다. 그녀가 나를 초대했을 때, 집에 있는 많은 작품들을 나에게 어떻게 소개를 하고 좋아했는지 기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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