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유튜브
말하는 유튜브를 해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이제 좀 해보려는데 아직 시작은 안 했다. 어제 해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시작이 쉽지 않아서 오늘 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말을 할지 안 할지는 굳이 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은 조용히 있는데 누군가 말을 시키면 밤새 떠들 이야기가 있다. 아무렇게나 하는 가벼운 이야기는 재미가 없어서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은 거의 갖지 않는 편이다. 혹여라도 그런 자리에 가면 혼자 머릿속에 다른 세계를 그리거나 그냥 먹는 것에 집중하며 멍하니 나를 그 자리에서 분리하는 편이다. 시간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그런 자리에서 나는 ‘노(No)’를 잘하는 편인 것 같다.
예를 들면, 대학원에 다닐 때에도 첫 강의 시간에 강사가 너무 맘에 안 들어서 속으로 불편한 마음이 차오르다 못해 나도 모르게 몇 명 안 되는 강의실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일어난 다음에야 놀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할까 재빨리 생각하다가, 화장실에 간다고 하며 모든 짐을 가방에 주섬주섬 주워 담고 그대로 나와버린 후 강의실에 다시는 들어가지 않았다. 졸업하려면 들어야 하는 강의이기 때문에 그다음 해에 또 수강을 해야 했는데, 강사는 별 특징 없이 생긴 나를 다행히 기억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 강사가 싫었던 이유가 본인이 이전에 알았던 한 학생에게만 정신이 팔려 둘이 잡담이나 오가고 있던 차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는 특별히 ‘수다스러워서’라기보다는 매일 여러 다른 생각과 사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드라마처럼 매일의 일상에 새로운 장면들이 더해진다. 나의 어제는 나의 현재와 같지 않다. 그렇다면 그거야 말로 내게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나는 계속 움직이며 다음을 탐색하는 바늘과도 같다. 대화의 상대방에게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냐고 물어보면 대개는 본인들의 일상은 똑같아서 별다를 게 없다고 말하곤 한다. 물론 내가 말을 많이 해서 그러는 것도 있다. 나는 별다를 게 없는 일상이 가능한 그들의 조용한 일상이 신기하다.
나는 아무리 가만히 있으려고 노력해도 갑자기 누가 찾아온다든지, 집에 뭐가 고장이 난다든지, 어떤 연락이 온다든지, 하다못해 고지서가 와서 늦지 않게 송금을 해야 한다든지의 일이 생긴다. 아무것도 안 하는 하루를 허락하는 것이 실제로 쉽지가 않다. 극단적으로는 만일 내일 죽는다는 생각을 해도, 해결하고 정리할 것이 많아서 죽는 날을 미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럼 또 엄청나게 많은 할 일들로 아마 그 리스트가 백 미터의 길이로 늘어날 것 같다. 그냥 있기에도 그냥 죽기에도 인생을 건드리는 수많은 것들이 있는데, 얘기할 것이 별로 없다는 사람들이 신기해 보인다.
평소엔 이렇게 할 얘기가 많고, 작품도 많고, 벌여놓은 것들도 많은데, 이상하게 막상 말하는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 보려니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심지어 나는 오랫동안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말하는 법을 가르치며 살았던 사람이 아니었는가. 갑자기 말을 시켜도 혼자서 대본 없이 강의를 하듯 친구에게 마구 떠들 정도의 분량이 나온다. 그런데 영상 속에 뭘 집어넣어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한 지인이 “사람들이 너한테 자꾸 연락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라고 물었다. 나는 “몰라요”라고 대답을 했다. 그는 “네가 하는 얘기가 재미있으니까 자꾸 연락을 하는 거야”란다. 그도 내게 ‘아무거나’로 유튜브를 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아무거나’가 무엇인지 나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무거나를 사람들이 왜 듣고 있어야 하지?’
그리고 내 얘기가 모두에게 재미있는 건 아닌 것도 맞다. 아마도 나의 성향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끔 백 명 중 한 두 명은 나와 같은 성향을 그저 “말 많은 수다스러운 사람”처럼 불쾌하게 표현을 하는 경우도 맞닥뜨린다. 기분은 좋지 않지만, 말이 많은 게 꼭 수다스럽거나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스스로의 정의를 내리고 그런 말에 민망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그저 상대가 그런 성향의 사람이라는 것뿐, 나와의 대화나 나의 얘기를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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